/다카도노 호코 글ㆍ니시무라 아츠코 그림ㆍ계일 옮김/계수나무 발행ㆍ64쪽ㆍ8,800원
전교생이라야 열다섯 명 밖에 안되는 ‘산골초등학교’ 1학년 호동이. 늘 손을 잡고 등교하던 동급생 병만이와 4학년 형 상근이가 보이지 않자 호동이는 오솔길을 따라 홀로 학교로 뛰어간다. “오! 호동이 왔구나. 어디 얼굴 좀 자세히보자”며 유난히 반갑게 맞아주는 선생님과 친구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숙제를 하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은 호동이에게 숙제를 잘했다고 칭찬을 하고, 자세히 보니 아이들 모습이 평소와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
언제나 단정하고 깔끔한 6학년 봉선이는 양쪽 귀에 연필을 두 자루씩 꽂고 있고, “만약 낯선 어른이 너희들을 끌고가면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막 할퀴어요!” “물고 늘어져요”라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그러고보니 교실 벽에 붙어있었던 ‘명랑한 교실’이라는 포스터는 ‘맹랑한 교실’로 바뀌어 있다. 사실 그곳은 ‘산골초등학교’와 똑같이 생긴 여우학교였던 것. 그리고 ‘숙제’란 여우들이 산골초등학교 아이들과 똑같이 변신하는 일이었다.
’걸음아 날 살려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호동이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호동이여우를 만나고 호동이여우가 자기 대신 산골초등학교에 갔음을 알게된다. 착한 호동이여우에게 호감을 느껴 친구가 되자며 ‘선수 교대!’ 라고 손뼉을 치고 사람학교로 돌아간 호동이. 며칠후 호동이를 뺀 모든 아이들은 이상한 문장으로 쓰여진 “친구가 되자, 너를 닮은 아이들로부터”라는 여우친구들의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여우학교로 소풍을 떠난다.
여우라고 하면 교활하고, 의심많고, 탐욕스러운 이미지로 그려지지만 동화 속 여우들은 옷을 뒤바꿔 입기도 하고,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신발의 좌우를 바꿔신는 등 어리숙하기 짝이 없다. 삐뚤삐뚤 그러나 정성이 가득한 편지에서 보듯 마음씨는 순진하기만하다. ‘누구는 이러이러할 것이다’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친구를 사귀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발랄한 상상력에 실려 흥미진진하게 전달된다. 아파트 평수에 따라,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하느냐 안하느냐 따라 친구사귐도 달라진다는 요즘 아이들, 그렇게 가르치는 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동화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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