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SK와의 전속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연내 주유소 사업에 진출한다. 그러나 대형 할인점과 특정 정유사 간의 배타적 제휴를 통한 주유업 진출은 정유사 간의 가격 경쟁을 통해 소비자가격을 떨어뜨린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허인철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18일 이마트 여주물류센터 오픈식에서 “연내에 수도권 점포 한 두 곳에 주유소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석유 제품은 SK네트웍스에서 공급 받기로 했고 현재 실무 협상을 마무리한 상태”라고 말했다.
허 부사장은 “시설 장비 인력 등 제반 투자는 이마트가 하고 석유만 SK네트워크에서 공급 받는 방식”이라며 “주유소 이름은 두 업체 사명을 같이 사용한 ‘이마트-SK’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진을 최대한 줄이면 일반 주유소에 비해 1리터 당 100원 정도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처럼 할인점이 특정 정유사와 전속 공급 계약을 맺을 경우 할인점의 바잉파워(구매력)를 활용해 휘발유 가격을 내리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정부는 당초 구매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할인점이 국내 정유사 간의 가격 경쟁을 유도, 구매 단가를 떨어뜨리고 결국 이를 통해 소비자 가격을 내리는 방안을 구상했다.
하지만 이처럼 이마트처럼 할인점과 특정 정유사가 전속 계약을 맺으면 초기에는 소폭 가격인하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공급권을 쥐고 있는 정유사에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된다.
더구나 롯데마트도 최근 에쓰오일과 단독 계약하는 조건으로 막판 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할인점을 통해 휘발유값을 인하하겠다는 정부 의도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허 부사장은 “안정적인 기름 공급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이마트는 정유사 대리점이 공급 받는 가격과 비슷한 수준에서 기름을 공급 받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20개 이상 주유소를 동시에 연다면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구매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가격을 대폭 낮추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경우 전국 115개 점포 중 주택가로부터 200m 이상 떨어져야 하는 등의 주유소 설립 규제에 걸리지 않는 점포는 5,6개 정도다. 허 부사장은 “경남 통영점과 용인 수지 구성점 중에 1호점이 나올 것”이라며 “현행법상 주유소 설치에 대한 법적 제한이 많아 정부차원에서 법적 규제를 완화해야 주유소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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