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과 국가기록원 측은 18일 대통령 기록물 반납을 둘러싸고 막판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노 전 대통령 측이 기록물을 담은 하드디스크를 직접 반납하겠다며 일반 차량에 싣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경기 성남시 대통령기록관에 다다랐을 때까지도 국가기록원은 원장 이하 관계자들이 부산에 있는 역사기록관에 모여 반납 수용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고, 결국 밤 늦게 대통령기록물의 중요성을 감안해 반납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도착한 국가기록원 관계자들과 노 전 대통령측은 기록이 담긴 하드디스크와 백업디스크 외에 현장에서 하드디스크 추가 복제를 하는 문제를 놓고 3시간 가까이 협의를 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하드디스크와 백업디스크 28개를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반면, 국가기록원 측은 반환 받을 당시 기록물의 상태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사해야 한다고 맞섰다. 조이현 국가기록원 연구관은 "우리는 완전한 원상 반환을 원한다"며 "기록물을 넘겨받을 당시 기록물 상태가 원본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서 복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비서관은 협의 직후 기자 브리핑에서 "서버를 옮기지 않고 기술적으로 처리한다는 데는 합의했지만 실무 협의 과정에서 하드디스크를 어떻게 반환할 지에 대해 입장차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기록물은 14개의 하드디스크로 구성돼 있으며, 백업파일이 담긴 14개를 합쳐 모두 28개"라며 "이왕 온 김에 28개를 모두 가져가라고 했는데 국가기록원 측은 똑같은 사본을 하나 더 복사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장관승인을 얻는 과정도 늦어져 합의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비서관은 "협의 과정에서 직접 회수해 가지 않으면 공문에 따라 우리가 직접 반환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한 뒤 오후 8시28분께 승합차 1대, 승용차 2대에 하드디스크를 싣고 대통령기록관으로 출발했다.
합의에 실패하자 국가기록원 측은 부산 역사기록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 반환 기록물 수용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뒤 밤 11시50분께 "사저를 떠난 대통령 기록물을 노상에 방치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일단 반납을 받아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은 무진동 차량을 이용해 시속 40㎞ 이하의 속도로 운반돼야 할 기록물이 일반 차량으로 운반되는 바람에 하드디스크가 손상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 반환 기록물에 대해 공식 '수령증'이 아닌 '임시 일부 보관증'을 발부했다.
한편 이날 협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노 전 대통령이 협의 도중 직접 나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서관은 브리핑에서 "협의가 예상외로 길어지자 오후 4시30분께 노 전대통령이 잠깐 나와 '문제를 복잡하게 풀지마라. 반환하기로 한 마당에 복사 하나 더 해서 뭐할 것이냐. 기록물만 가져가면 되는 것 아니냐. 오늘 중 해결될 수 있도록 협의를 잘하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