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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회의 많은 기업은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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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회의 많은 기업은 망한다'

입력
2008.07.21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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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급감했다”고 보고하자, 대책회의를 만들란다. 영업 환경 악화가 우려되는 법 개정에 대응해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된다. 불량 상품에 대한 민원이 폭주하자 비상 회의체 신설이 추진된다. 명칭만 달랐지 구성원들은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기존 조직이나 회의체로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항변은 묻히고 만다. 무슨 일만 생기면 회의부터 만들자고 하는 우리 기업들의 현 주소다.

요즘 우리 정부의 모습도 대동소이하다. 처음에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에, 지금은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다급함에 숱한 회의를 신설하고 있다. 금융 불안에 대응하겠다며 경제ㆍ금융상황점검회의를 만들었고, 물가 급등 우려가 커지자 물가 및 민생안정대책 차관회의를 열기로 했다. 고유가 등으로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겠다며 매주 열리는 장관급 위기관리대책회의도 신설했다. 이번엔 고용 부진이 심화됐다며 고용대책TF까지 만들겠단다.

그 부산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회의 결과물은 보잘것없다. 기업들의 임금 인상 자제를 유도하겠다거나(17일 위기관리대책회의), 부처별로 물가를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15일 물가 및 민생안정 차관회의) 정도의 수준이다. 경제ㆍ금융상황점검회의가 만들어진 지 4개월이 다 됐지만,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이 나온 적이 있었는지 기억도 없다.

정부는 “그래도 아무 것도 안하고 손을 놓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회의가 신설되고 빈도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더 탁월한 대책이 나오는 것도, 정책 조율이 원활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사안이 터질 때마다 대책회의를 만드는 것으로 정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위안을 삼아서는 곤란하다. 그러기엔 회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쏟는 비용이 너무 많다. 회의가 많은 기업은 망한다고 했다. 정부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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