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지역 트럭공장 4곳을 폐쇄하고 사무직 고용비용을 20% 감축하는 한편, 최대 40억달러의 자산을 매각해 내년까지 150억달러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제너럴모터스 프리츠 헨더슨 수석운영책임자)
“6억~7억달러를 투자해 브라질 상파울루 소로카바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제2공장을 건설하겠다.”(도요타 쇼조 하세베 남미법인장)“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미국의 자존심이자 세계 최고의 자동차기업으로 군림해온 제너럴모터스(GM), 70주년을 맞은 변방의 완성차 업체 도요타. 영원할 줄 알았던 ‘GM제국’이 판매 부진 속에 휘청거리고 있는 반면, 도요타는 지난해 세계 1위 등극에 이어 올해 미국시장에서도 사상 처음 GM을 제치고 판매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이들의 뒤바꾼 운명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일까. 전문가들은 기업의 흥망성쇠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사람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노동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대우하느냐에 따라 생산성과 경쟁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GM과 도요타도 예외는 아니다. 도요타는 지난해 매출액 26조2,892억엔, 영업이익 2조2,703억엔을 기록하며 GM을 제치고 처음 세계 1위에 올랐다. ‘도요타 웨이’ ‘저스트 인 타임’ 등 도요타에서 시작된 경영혁신 용어들이 지금은 여러 기업의 학습사례로 쓰이고 있지만, 노사상생이 없었다면 의미가 없는 말들이다.
1946년 설립된 도요타 노조는 1950년 회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항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과격하기로 유명한 국내 완성차 업체의 투쟁에 못지않았다. 이런 도요타가 53년 80일간의 파업을 끝으로 무려 55년간 무파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효과는 엄청났다. ‘선(先)성과 후(後)분배’ 원칙에 입각한 임금협상 관행이 정착됐다. ‘카이젠’(개선)을 통한 품질향상, 비용절감, 신속한 납기조정을 추구하는 도요타 생산방식(TPS)은 도요타를 세계 1위의 자동차기업으로 육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도요타의 지속적인 개선활동은 종업원들이 적극적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GM은 어떨까. 오펠, 사브, 허머와 대우자동차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임을 입증했던 GM은 이제 무슨 차를 팔아야 할지 고민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2005년과 2007년에 1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고, 올 들어서도 3만4,000명의 추가 인력 감축과 북미지역 공장 폐쇄를 계획하고 있다.
GM의 몰락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최고경영자(CEO)의 무능 탓도 있지만,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도 주 원인으로 지적된다. GM이 1990년대 들어 급격히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노조는 ‘잘 나가던 시절’만 생각하며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와 파업을 반복했다.
조합원 8만여명의 GM 노조는 지난해 9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전국적인 파업을 벌였고, 회사가 위기로 치닫던 올해 2월에도 북미공장에서 3개월간 파업을 벌여 28억달러의 매출 차질을 빚었다.
이항진 산업연구원 박사는 “노사문제를 상생으로 접근하는 도요타와 임금인상ㆍ파업에만 집착해온 GM의 사례를 보면 노조의 사고방식이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GM이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지만, 노조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도요타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박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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