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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도쿄 구석구석 누비기

입력
2008.07.21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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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40)씨와 시인 김경주(32)씨가 나란히 도쿄 여행 에세이를 펴냈다.

김영하씨의 <여행자ㆍ도쿄> (아트북스 발행)는 김씨가 세계 8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쓴 짧은 소설, 직접 찍은 사진, 여행 일화를 한 권의 책에 담는다는 계획의 두 번째 결실이다.

매번 다른 기종의 카메라를 쓰겠다고 한 김씨는 도쿄에선 ‘롤라이35’를 들었다. 크기는 한 손에 쏙 들어올 만큼 아담하지만 초점 잡기, 노출 보정 등 여러모로 다루기 불편한 카메라로 김씨는 때깔 좋은 풍경 사진을 한가득 부려놓았다.

김씨는 도쿄의 문화를 ‘유쾌한 무관심’으로 명명한다. 무정부주의자, 동성애자, 펑크족, 공산주의자, 마약중독자 등 문제적 개인들이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지만 마찰이 일어나는 일은 좀체 없다는 것. ‘잘 정리된 강박증 환자의 서랍’처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의 관계가 완벽히 조화를 이루도록 조정돼 있는 도시라는 것이 김씨의 예리한 눈썰미에 비친 도쿄다.

도쿄 하면 맥주를 빼놓을 수 없어 김씨는 호텔에 여장을 풀기 무섭게 근처 생맥줏집을 찾는다. 특이하게도 그곳 직원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거품을 얹고 가라앉히기를 반복하면서 진하고 풍성한 거품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거품이 맥주 자체를 대신하는 ‘일종의 전도’, 그 ‘눈부신 잉여’로부터 김씨는 일본 장인문화의 본질을 발견한다.

김경주씨가 글을 쓰고 영화감독 문봉섭씨가 사진을 찍은 <레인보우 동경> (넥서스북스 발행)은 성장기 자신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길러준 도쿄 문화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책이다.

두 사람은 도쿄의 마니아 문화를 빚어내는 현장-그들을 이곳을 ‘틈’이라고 부른다-을 체험하려 구석구석을 누빈다. 다자이 오사무 소설 속 룸펜들이 자주 찾던 우에노 공원에서 좌판을 펼치고 소지품을 팔고, 하라주쿠역 근처 콘돔숍을 기웃대고, 시부야의 클래식 음악 감상실 ‘라이온’을 찾고, 진보초역의 고서점거리에서 낡은 책을 들추고, 긴자에서 크레페(잼, 과일, 야채 등을 곁들인 얇은 팬케이크)를 맛나게 먹고, 망가 마니아들의 성지 이케부쿠로를 찾고….

하지만 이 책은 도쿄를 탐방할 때 지참하기보단, 조용한 장소를 찾아 천천히 음미하기에 좋다. 오래 사귀어온 서른셋 동갑내기 친구인 두 저자의 글과 사진엔 문화계의 전위에서 별쭝나게 살아가는 자들의 남다른 감각과, 일본 문화의 세례를 받고 살아온 젊은 세대들의 보편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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