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평화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수 년간 피냄새가 가시지 않았던 중동에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중동에서 잇따라 들려오는 평화회담 소식 때문이다. 6월 시리아는 8년 만에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을 재개했다. 양국은 2000년 이스라엘이 시리아 남부 골란고원 지배권의 반환을 보류하면서 대화가 중단됐다. 골란고원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이다.
뒤이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그룹 하마스와 6개월 시한의 휴전협정을 맺었다. 과격파 무장 그룹 하마스가 지난해 6월 가자 지구를 무력으로 점거한 이후 양측의 무력 충돌로 지금까지 4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희생됐다.
대화 움직임은 7월 들어서도 계속됐다. 특히 17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 간의 포로교환은 중동 내 평화 움직임에 방점을 찍는 사건이었다. 양국은 2006년 7월 국경지대에서 헤즈볼라에 납치된 후 사망한 2명의 이스라엘군 유해와 레바논 무장단체 조직원 사미르 쿤타르 등 수감자 5명을 교환했다.
이스라엘군의 납치 사건은 레바논 전쟁을 촉발시켜, 지금까지 이스라엘측 130여명, 레바논측 1,000명이 희생됐다. 19일에는 이란과 미국이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최고위 접촉을 갖는다. 미국은 당초 이란의 우라늄 농축 재처리 중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란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선결 조건이 충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란과 대화에 나서는 터라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일련의 협상 움직임은 중동 문제 해결에 있어 전반적인 방향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쿠웨이트 일간지 아완(Awan)의 편집인인 무함마드 알 루마이히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큰 관점에서 보자면 전반적으로 격화된 정치적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는 중”이라고 평했다.
중동에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고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는 출구를 찾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13일 탈레반 반군과의 교전으로 미군 9명이 사망하는 등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까지도 미국의 이란 공격 등이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예측이 우세했다.
서방 세계의 공적이었던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 하마스가 일제히 대화 석상에 앉은 것은 긴장 고조에 따른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시리아와 이란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완화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전 워싱턴 주재 레바논 대사를 지낸 시몬 카람은 “야세르 아라파트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도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까지는 서방 세계의 지탄을 한 몸에 받는 테러리스트였다”며 “헤즈볼라와 하마스도 PLO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동 정세의 이면을 읽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이란 양자접촉의 경우 이란 공격을 앞두고 일단 한번 이란을 달래보자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이집트 일간지인 알 아람의 논설위원인 아메드 살라마는 뉴욕타임스에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신문들은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있다. 협상이 가능하다고 생각치 않는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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