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낮 시간대에 지하철을 탔다. 무표정한 승객들 사이로 들려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설핏 든 잠이 달아났다. “당최 일할 곳이 없어요.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 그 놈의 나이 때문에 일자리를 안 준단 말이에요.” “하기야 펄펄 날아다니는 젊은 사람들도 일자리를 못 찾는데 어쩌겠어요.” 일면식도 없었던 두 노인은 지하철 경로석에 함께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됐고, ‘일자리 한탄’을 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목적지에 다 온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빨리 일자리 잡아서 다신 낮에 일 없어 이런 데서 만나지않게 합시다.”
고령자들은 “나이 때문에 일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아파트 경비원, 건물 관리인, 청소원 정도”라는 불만이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지긋한 나이 덕분에 오히려 더욱 빛나는 고령자를 위한 직업들도 많다. 고령자들의 지혜와 경륜을 활용하는 직업들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TV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의 주인공 직업이 바리스타였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추출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런 생소한 직업은 왠지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을 깬 곳이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서울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의 ‘실버카페테리아’에서는 어르신들이 서빙부터 바리스타까지 모두 직접 한다. 이 카페는 동네 아줌마, 아저씨, 유모차를 끈 엄마들의 정감 넘치는 사랑방이 됐다. 어르신들의 넉넉한 웃음과 경륜이 만들어낸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 덕분이다. 커피프린스>
정부 취업포털 ‘고령자 워크넷’(senior.work.go.kr)과 한국노인인력개발원(kordi.or.kr)에는 ‘고령자를 위한 숨은 이색직업’이 소개돼 있다. 노인시험감독관은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서 실시하는 국가자격증 시험을 감독하는 일을 하며, 예절강사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전통예절을 가르친다.
지하철 택배원은 만 65세가 넘으면 지하철 요금이 무료이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하고 활동적인 고령자에게 적당하다. 숲 해설가는 숲해설가협회(www.foresto.org) 등에서 3개월 정도 숲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뒤 휴양림 등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숲의 생태와 역사 등을 설명해 준다. 물론 이런 직업을 갖기 위해선 노인일자리박람회나 지역의 시니어클럽 등을 찾아가는 수고는 필수다.
노경란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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