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이 독도 문제에서 진전된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국제적인 다자회의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동을 거부하고 북핵 6자회담에서도 한일 간 협력을 거부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이는 기존 한일 간 우호 협력 관계에 대한 정부의 방향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일관계가 본격적인 냉각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취임 후 처음으로 소집, 일본의 독도 명기 및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등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이 회의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정부 입장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일본이 2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일 회담을 갖자는 제의를 해왔지만 ‘계획이 없다’는 답신을 보냈다”며 “한일 양자회동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ARF 다자간 회의에서 아세안 주요국가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져왔으나 한일 회담을 거절한 것은 일본 정부의 해설서 독도 명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권철현 주일대사는 앞서 15일 일본 외무성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사무차관과의 면담에서 9월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이명박 대통령의 불참 및 10월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 거부를 시사했었다.
권철현 주일 대사도 이날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납치문제 등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정 정도 일본 의견에 동의한 것은 한일 신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이었으나 국내여론이 악화되거나 국내 정치권에서 협력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몰아칠 때엔 반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6자회담에서 납치문제 진전 등에 보조를 같이해온 한일 간 협력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드러낸 것이다. 일본은 북한의 자국인 납치문제 해결 전에는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에 동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 다른 당사국들로부터 ‘6자회담 일본 배제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몽준 의원은 한일어업협정 폐기를 통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옵션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도 “독도 문제를 계기로 기존의 협력적 한일관계가 일정부분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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