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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동상 세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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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동상 세우는 사람들

입력
2008.07.21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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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와 전두환이라는 두 개의 이름은 나에게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준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박정희 시대에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고, 전두환 시절에 중고등학교에서 대학교 2학년까지를 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줌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군인들과 역시 소수의 지배자들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또 지배할 수 있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는가? 난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해하는 단초를 내가 처음 찾아내고 이해한 책이 바로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이라는 소설이다. 불행히도 나는 이 책을 박사과정 중간에 처음 보았는데, 그 전에 읽었다면 한국에 대한 공포 지배를 이해하기 위해서 굳이 유학을 가지 않았어도 좋을 듯싶었다. 살아서 동상을 세우려고 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별 무지랭이처럼 지배받던 원생들이 어느 날 살아서 동상을 세우려고 한 원장들을 쫓아내는 역사, 그것은 정확히 한국의 역사와 일치하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좋은 독서가는 아닌 듯 싶다. 이청준의 원 의도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대인기피증을 얻었고, 그 댓가로 사람들 앞에 나서지않는 조용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노무현이든, 이명박이든, 그들 역시 살아서 동상을 만들고 싶었던 사람들 같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 다른 삶을 선택했고, 동상 대신에 다른 사람들의 동상을 만드는 삶을 살기로 했다.

바보 같은 선택일까? 살아서 동상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 사람으로서 나는 생태주의를 삶의 철학으로 선택하였는데, 자연의 것은 자연에게, 하늘의 것은 하늘에게, 그리고 물의 것은 물에게, 나의 첫 생각이 이 소설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완장만 차면 무서워지는 ‘완장병’, 작더라도 자기 동상을 세워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한국 40~50대들의 일 중독증, 그들에게 이청준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성취욕, 그걸 버려야 마음 속의 동상이 사라질 것 같다.

우석훈 <88만원 세대> <직선들의 대한민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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