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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중얼거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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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중얼거림 1

입력
2008.07.21 01:20
0 0

- 박라연

너무 늦게 알아봤어

어양동 엘지 아파트 109동 102호

우리 집 울타리에 심은 키 작은 장미와

옛날 골목길처럼 아련하게 피어 있는

여름 코스모스와의 사이를

탄저 병 걸린 장미 곁을 떠날 수 없어

저도 병 걸린 채

아랫도리가 누렇게 뜨는 줄도 모르고

여름 내내 형형한 영혼의 길을 열고 있는

저 코스모스행렬의 청량한 헌사를!

너무 늦게 알아차렸어

생각門을 잘못 열어 아팠을 뿐

운이 나빠 아픈 적은 드물었다는 것

꽃들도 아프면서 자라고 아프면서도

살아남아 꽃을 연신 피워내며

제 命을 다 채운다는 것

▦1951년 전남 보성 출생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생밤 까주는 사람> <우주 돌아가셨다> 등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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