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라연
너무 늦게 알아봤어
어양동 엘지 아파트 109동 102호
우리 집 울타리에 심은 키 작은 장미와
옛날 골목길처럼 아련하게 피어 있는
여름 코스모스와의 사이를
탄저 병 걸린 장미 곁을 떠날 수 없어
저도 병 걸린 채
아랫도리가 누렇게 뜨는 줄도 모르고
여름 내내 형형한 영혼의 길을 열고 있는
저 코스모스행렬의 청량한 헌사를!
너무 늦게 알아차렸어
생각門을 잘못 열어 아팠을 뿐
운이 나빠 아픈 적은 드물었다는 것
꽃들도 아프면서 자라고 아프면서도
살아남아 꽃을 연신 피워내며
제 命을 다 채운다는 것
▦1951년 전남 보성 출생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생밤 까주는 사람> <우주 돌아가셨다> 등 우주> 생밤> 서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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