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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맨' 폴슨 가시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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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맨' 폴슨 가시방석

입력
2008.07.21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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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의 최고 실력자가 워싱턴으로 자리를 옮긴 지 2년 만에 고향집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보증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취한 긴급 지원조치로 의회는 물론 금융계로부터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에 대한 블룸버그 통신의 평가이다. 이 통신은 16일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의 주가가 전날의 급락세에서 벗어나 반등했지만 월가 투자자들의 불신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폴슨 재무장관은 2006년 7월 재무장관에 임명되기 직전까지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를 6년간 역임한 골수 ‘월스트리트 맨’이다.

하지만 폴슨 장관이 13일 발표한 페니, 프레디 지원방안에 대해 뉴욕 금융가는 사실상 개별기업의 경영 잘못을 정부가 무제한 자금을 지원해 구제하는 반시장적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식 사회주의 출현’이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 일각에서는 폴슨이 현 위기에 대처할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불신감까지 숨기지 않는다. 10억달러를 운용하는 뉴저지의 한 투자회사 경영자는 “폴슨은 재무장관에 임명되면서 이런 격랑에 휩싸일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슨이 장관에 임명될 당시 미국의 증시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유가는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다. 장관 임명 후 폴슨이 한 첫 연설 내용은 “현재 세계경제는 내 경험상 역대 최고로 건강한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폴슨이 생각했던 정책 목표는 ‘사회보장제도의 개선과 중국과의 무역협상’ 정도였다.

이런 낙관은 지난해 8월 신용경색이 시작되면서 급변했다. 모기지 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미국 증시 하락세가 지속되는 등 상황이 악화했지만 폴슨의 대응은 늘 한발 늦었다. 폴슨은 월스트리트 인맥까지 동원, 씨티ㆍ뱅크오브아메리카ㆍJP모건체이스 등 대형은행이 8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중소 모기지 업체에 단기자금을 대출토록 심혈을 기울였으나 결국 실패했다. 대형 은행들도 제 코가 석자였기 때문이었다. 3월 결국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부도위기에 빠지면서 신용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짐 버닝 상원의원(공화당)이 15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폴슨 장관에게 “재무부의 구제책이 나온 당일 패니메이 주가는 26%, 프레디맥은 29% 하락했다. 장관이 주도한 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한 질문은 시장의 불신을 간접적으로 꼬집은 것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혈세를 무제한 민간 주택시장에 쏟아 붓는 것에 대한 의회의 반대 때문에 폴슨의 긴급 지원안의 의회 통과가 늦어질 수 있다”며 “청문회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폴슨의 지원안에 협조적이었던 반면, 여당인 공화당은 비판적이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보도했다.

빌 클린턴 정부 관료 출신인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는 “위험에 빠졌을 때 무신론자를 찾아보기 어렵듯이, 금융위기에 닥쳐서 자유시장경제만 신봉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논평했다. ‘시장자율’을 강조하는 ‘월스트리트 맨’ 폴슨 장관이 2년 만에 관치금융의 수호자로 변할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여기에 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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