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난민 신청을 한 탈북자의 지문정보 제공 논란의 근저에는 개인정보 제공을 둘러싼 법적 해석 문제, 탈북자 문제를 조용한 외교로 해결해야만 하는 정부의 고민이 겹쳐 있다. 유사 사안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근본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영국에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는 300~350여명. 난민 신청 탈북자 입장에서 영국은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그래서 탈북자들이 몰린 것이다. 문제는 이들 중 난민 신청 자격이 있는 진짜 북한 국적 탈북자 외에 이미 국내에 입국,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 받았으나 적응에 실패, 영국행을 택한 탈북자가 섞여 있다는 점이다.
영국 정부는 난민 신청 탈북자가 450여명을 넘어서자 지난해 하반기 한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해왔다. "난민 신청 탈북자 중 남한에서 살다 온 사람이 있는지를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지문 정보와 대조해 확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난민 신청을 할 수 없는 한국 국적 탈북자들이 브로커의 꾐에 빠져 영국행을 택하는 경우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요청은 개인 정보 제공과 관련해 법적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당장 현행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과 정보공개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지문 정보를 관장하는 경찰청 쪽에서 제기됐다. 개인정보보호법 10조 3항을 해석하면 지문 같은 개인정보 제공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에도 당사자의 권리와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있다.
결국 청와대 외교통상부 통일부 경찰청의 고위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는 우여곡절까지 겪은 뒤 15일 법제처의 유권해석으로 지문 정보 제공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부 관계자는 "영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 탈북자 가운데 지문 정보 제공 여부를 동의한 사람에 한해, 우리 정부도 그 사람이 한국 국적인지, 아닌지만 확인해줄 계획"이라며 "법적 테두리 내에서 상대국에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논란의 소지는 남아 있다. 앞으로 다른 나라들이 영국의 선례를 들어 한국 정부에 지문 정보 제공을 요청할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또 영국 주재 한국 대사관 직원이 가서 직접 정보 제공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괜찮지만 영국 정부가 이를 확인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당사자 권리와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걸어 한국 국적 탈북자가 문제 제기를 할 경우 정부가 곤란해질 가능성도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외를 떠도는 한국 국적 탈북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탈북 후 한국에서 정착금 4,000여만원에 주택과 직업까지 제공 받고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영국에 가서 손을 벌리고 있는 일부 새터민의 행태가 국제적 망신에 가깝기 때문이다. 차제에 이들을 유혹하는 브로커를 강력 처벌하는 문제와 새터민 출입국 관리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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