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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입력
2008.07.21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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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ㆍ아일린 그레이블 지음ㆍ이종태 등 옮김/부키 발행ㆍ280쪽ㆍ1만3,000원

1980년대 영국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대안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의 저서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대처는 틀렸다”고 한다. 그는 아일린 그레이블 덴버대 교수와 함께 쓴 이 책에서 개발도상국들이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먼저 오늘날 부유한 국가들과 성공한 개발도상국들이 자유시장 원리를 실천해 경제발전을 이뤘다는 등의 신자유주의의 주장을 ‘신화’에 불과한 것이라며 조목조목 그 허구성을 지적한다. 가령 개도국의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90년대 이후 급증했는데 신자유주의는 이 포트폴리오 투자가 개도국에 가장 유리한 외국자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투자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 투기사업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환율급변, 금융불안 등을 초래해 문제가 크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말레이시아는 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비난과 자본이탈 위협에도 불구하고 외국자본의 유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자국통화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을 제한하고, 비거주자는 말레이시아 주식을 1년 안에 매도할 수 없었다. 말레이시아의 경제와 주식시장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신속하게 회복됐고, 고용과 임금도 그런대로 유지될 수 있었다.

자유무역은 개도국에 결코 좋은 정책이 아니며, 각국의 사정에 맞춰 보호무역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은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자들처럼 모든 개도국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단일 모델 대신 국가 규모와 산업생산 능력을 고려해 관세나 수입할당, 보조금 등 보호장벽의 구체적 형태를 결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개도국들이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무역과 산업, 민영화, 지적재산권, 국제적 자본이동, 국내금융 규제, 환율과 통화정책, 중앙은행 제도와 통화정책 등으로 나뉘어 기술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외에 대안이 아주 많다는 지적은 외환위기 당시 부분별한 개방으로 국부에 상당한 손실을 초래한 정치인들과 정책 당국자들이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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