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처음으로 19일 아프가니스탄을 밟았다. 이라크 요르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으로 이어지는 1주일의 '해외 대선 캠페인 순방길'에서 그가 아프간을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아프간 전황의 위급함과 정부의 대응 부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대선의 뜨거운 화두인 이라크 미군 철군 문제는 최근 이라크 전황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를 부각시킬 경우 득실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는 계산을 고려했을 수 있다.
이라크와 달리 전황이 날로 격해지고 있는 아프간은 조지 W 부시 정부와 대선 맞상대인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바마 후보는 이라크 주둔 미군을 줄이는 대신 7,000여명의 2개 전투여단을 아프간에 추가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아프간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왔다.
이날 오전 바스람 미군 공군기지에서 전황 브리핑을 받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한 오바마 후보는 이후에도 줄곧 조용하면서도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워싱턴을 떠나기 전 "말을 하기 보다 듣는 데 더 관심을 보이겠다"고 한 오바마 후보는 아프간 동부 잘랄라바드의 미군기지에서 미군 병사와 지휘부, 아프간 관리들과의 연쇄 회동에서도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후보는 캠프 에거스 기지에서 "이곳에 있는 미군들이 자기 일에 자부심과 희생 정신을 갖고 복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인들은 잘 알고 있다"며 미군들을 격려했다.
오바마 후보는 20일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2시간 동안 점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AP통신은 아프간 관리를 인용 "오바마 후보가 아프간에 대한 지원과 테러를 상대로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양측간 공식 논평은 발표되지 않았다.
미국의 언론들은 오바마 후보의 순방이 정치적으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 안보의 경험이 전무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지만 만에 하나 이 과정에서 실수가 터져 나온다면 걷잡을 수 없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마바의 방문은 전쟁 상황에서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비판을 희석하고 (좋은) 인상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프간,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분쟁지를 방문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기보다 예비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성과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 관리가 더 큰 목적이라는 뜻이다.
아프간 방문과 때를 같이해 오바마 후보에게 호재가 날아들었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의 회견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을 (대통령이 되면) 16개월 내 철수시키겠다고 한 오바마 후보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말리키 총리는 오바마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지만, 이라크 총리가 오바마의 철군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당장 매케인 후보 진영은 이 발언이 가져올 파장을 의식한 듯 "말리키 총리가 철군은 전황에 근거해야 한다는 매케인 후보와 관점을 같이한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철군 시간표가 승리와 함께 명예롭게 떠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없다"며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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