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대표적 지표 연체율이 급속히 늘어 상당수 기업과 서민들의 가계가 이미 경기 불황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공식화하기도 전에 시중 금리가 지속적으로 올라 이 같은 연체현상은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자부담 증가가 대출금 연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본격화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팍팍해지고 국가경제 전체에도 큰 악영향이 우려된다.
17일 채권시장에서 CD금리(3개월물 기준)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오른 5.55%를 기록했다. 이번주 들어 14일(0.02%포인트), 15일(0.04%포인트), 16일(0.02%포인트) 연속 오름세를 지속중인 CD금리는 이달 들어서만 0.18%포인트 급등했다.
CD금리는 현재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95% 가량을 차지하는 변동금리대출의 기준으로 쓰이고 있어 고정대출 금리가 오른 것과는 영향력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건설업체 등 기업들의 은행권 대출 역시 80~90%는 CD금리와 연동된 변동금리대출이다.
이달 초만 해도 5.3%대에서 잠잠하던 CD금리는 지난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사 이후 급등세를 탔다. 기준금리와 상관관계가 큰 CD금리가 이를 선반영하는 셈이다. 여기에 그동안 많이 오른 중장기 금리와의 격차가 너무 벌어진 것도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CD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점친다. 삼성투신운용 박성진 채권운용팀장은 “최근 어려워진 경제상황에서 CD금리가 요즘처럼 폭등하면 국가경제 전반에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어 정부도 마냥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단은 지금보다 0.2~0.3%포인트 추가 상승이 상한선으로 보이고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른다면 그만큼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들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대출 연체율 급등이 현실화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장차 부동산개발 사업으로 예상되는 수익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일명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급상승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PF 대출이 전체 여신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이 작년 말 11.6%에서 올 5월말 16.0%까지 뛸 정도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는 등 건설경기가 침체에 빠진 것이 최대 원인.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PF 대출을 받은 사업자는 분양이 안되거나 사업 진척이 없으면 돈이 나올 데가 없고 보증을 선 시공사들의 사정도 좋지 않아 대신 이자도 못내는 상황”이라며 “하반기중 연체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량업체를 상대하는 시중은행의 연체율도 작년말 0.44%에서 올 3월말 0.82%로 두 배 늘었고 손해보험사는 7.1%로 높은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금리상승→부동산시장 경색→PF 대출 연체율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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