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53ㆍ여)씨가 북한 군 당국이 주장하는 시점보다 한참 뒤에 피격됐을 가능성을 높게 하는 현장 증언과 사진이 또 나왔다.
사건 당일인 지난 11일 새벽 금강산 해수욕장에 나와 있던 한 관광객은 18일 당시 총성이 들리기 직전에 자신이 갖고 있던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는 사건 현장 부근 사진 3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관광객이 11일 오전 5시 3분께 해수욕장 해변을 향해 찍었다는 첫번째 사진에는 박씨 피격 사망 사건의 목격자인 이인복(23ㆍ경북대2년)씨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씨도 옷 차림 등으로 미뤄볼 때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 맞다고 밝혀 사진의 신빙성을 입증했다.
이 관광객은 이씨와 같은 경북대 학생으로 ‘금강산생명평화 캠프’에 참가했다. 이 관광객은 “오전 5시 13분께 두 번째 사진을, 5시 16분께 세 번째 사진을 촬영했다”며 “산책로 부근을 담은 세 번째 사진을 촬영한 직후 총성 두 발이 10초 간격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이 관광객의 목격담은 ‘오전 5시 15분∼20분께 두발의 총성을 들었다’는 여성 관광객 이모씨의 증언과 대체로 일치한다. 따라서 오전 4시 55분께 박씨가 피격됐다는 북측 주장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사진 촬영 시각은 디지털 카메라에 그대로 기록돼 있었기 때문에 파악이 가능했다. 이 관광객은 “다만, 실제 시각과 비교해 보니 오전, 오후가 뒤바뀌어 있었고, 뒤바뀐 시간이 6∼7분 가량 빨리 설정돼 있어 차이가 나는 부분 만큼은 보정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현장 주변 모습이 담긴 사진이 발견됨에 따라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의혹 규명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총격 직전 촬영됐다는 세번째 사진의 경우 해수욕장 일대가 이미 환하게 밝은 것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촬영 시각과 최초 목격자인 이씨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북측 주장과 달리 북한군 초병은 박씨가 비무장 상태의 중년 여성 관광객이라는 점을 알고도 사격을 가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와 함께 이번에 새로 공개된 사진을 확대해 보면, 관광객으로 보이는 3명이 찍혀 있어 사건 현장 부근에서 총성을 들었을 또 다른 증언자들이 나올 것으로 보여 이들의 증언에 따라사건 실체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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