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아테네올림픽 당시 황경선은 한국 선수단이 꼽은 금메달 0순위였다. 그러나 황경선은 1차전에서 뤄웨이(중국)에게 8-10으로 졌다. 패자부활전에서 승승장구해 동메달을 땄지만 눈물을 펑펑 쏟았다.
“정신없이 뛰다 보니 졌더군요.” 심판의 편파 판정이 없었다면 이긴 경기였다고 위로하자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실력이 부족하니까 그런 거죠. 실수는 한 번으로 충분합니다. 이번에는 꼭 금메달을 따올게요.”
한국체대 황경선(22)은 2008베이징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 금메달을 자신했다. 그러나 상황이 낙관적이진 않다. 아테네올림픽 우승자 뤄웨이보다 강한 프랑스의 검은 별 글라디 에팡(25)이 버티고 있기 때문. 한국에선 황경선이 6-4 정도로 승산이 많다는 평가지만 유럽에선 최근 급성장한 에팡이 6-4 정도로 앞선다고 본다.
황경선은 에팡과 세 번 싸워 2승1패를 기록했다.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선 2005년과 2007년 모두 이겼지만 지난해 9월 올림픽 세계예선 결승에선 무릎을 꿇었다. 힘이 넘치는 공격 태권도를 구사하는 에팡은 앞발 돌려차기가 주특기. 황경선은 받아차기와 경기 운영 능력에서 세계 최고.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상이 잦아 하락세였기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올림픽 대표팀 문원재 코치는 “좌우로 빠지는 빠른 스텝으로 에팡의 선제공격을 차단한 뒤 1점짜리 몸통공격보다 2점짜리 얼굴공격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에팡은 주로 앞뒤로 움직인다. 따라서 좌우로 빠지는 발놀림으로 상대 공격을 봉쇄하겠다는 의미. 얼굴 2점 공격은 심판의 실수(?)마저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황경선은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테네에서 실패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에팡은 물론이고 유럽엔 그리스 선수 등 강자가 많아요.”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미스타키도 엘리사벳(그리스) 등도 에팡과 대등한 실력을 갖췄다는 이야기. 황경선은 “특정 상대를 의식하기보다는 내가 평소 하던 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해요”라고 강조했다.
한국 국가대표 출신인 조진호 그리스 감독은 “황경선의 기술이 세계 최고인 건 확실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에팡의 실력이 급성장했다”며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다. 아테네에서 심판의 역차별에 고생한 황경선은 베이징에선 에팡이란 벽을 넘어야 한다. 자신의 말대로 평상심을 유지해 실력을 100% 발휘해야 할 때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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