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 폭파를 주도해 사형선고를 받았던 70대 ‘노(老) 테러리스트’가 5월 왕정을 폐지한 네팔 공화국 초대 대통령에 오른다.
18일 AP통신에 따르면 4월 총선에서 제1당이 된 마오쩌둥(毛澤東)주의 네팔공산당 관계자는 19일로 예정된 제헌의회의 대통령 선거에 람 라자 프라사드 싱(72ㆍ사진)을 지지후보로 내세웠으며, 과반수의 지지를 확보해 당선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네팔 동부 사프다리에서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싱은 영국 식민지배에 저항해 사회주의 게릴라 지도자의 탈옥을 주도한 아버지와 함께 이미 9살에 감옥 생활을 경험했다. 영국 식민지배가 끝난 뒤 풀려난 그는 이후 미얀마와 인도에서 유학하며 법학을 전공한 뒤 네팔로 돌아와 변호사로 활동했다. 미얀마 유학시절 전설적 사회주의 혁명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를 접하면서 ‘반 왕정’에 대한 신념을 굳혔다.
싱은 1985년 여러 명이 부상당한 네팔 왕궁과 의회건물에 대한 폭탄테러를 주도했으며, 이 일로 명성을 얻었다. 네팔 당국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나 그는 체포 전 인도로 망명, 처형을 면했다. 이후 네팔 왕조가 ‘입헌 군주제’로 변신하면서 화해책으로 싱을 사면해 1990년 조국으로 되돌아 왔다. 이후 공식적인 정치활동을 자제해 왔다. 싱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조직에 가담한 적이 없지만 현 네팔공산당의 전신인 마오 반군을 적극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싱은 ‘마오 반군의 구루(스승)’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제헌의회는 5월 소집 이후 1당 마오쩌둥주의 네팔공산당과 제2당인 네팔국민회의당(NC), 제3당 마르크스-레닌주의 연대 네팔공산당(UML) 등 사이에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정부 수립이 늦어져 왔다. 싱은 원래 자치권을 주장해 온 소수 민족인 마드헤시족이 구성한 소수정파가 옹립한 군소 후보였다. 하지만 마오쩌둥주의 네팔공산당이 정국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마드헤시족과 손을 잡으면서 싱이 극적으로 네팔공화국 초대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됐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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