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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데미언 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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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데미언 허스트

입력
2008.07.21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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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브리티시 아트의 골목대장 다시보기

1980년대 영국의 경제 구조 조정 과정에서 일자리가 크게 줄자, 상당수의 노동자 계급 청소년들을 아트스쿨이 흡수했다. 이는 영국 노동자의 아들딸들이 숙련공 대신 디자이너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면, 사회 지도층에게 이는, ‘그 젊은이들 가운데서 성공 사례를 뽑아 온 국민 앞에 역할 모델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한 문화적 토큰(주류 사회가 소수자에게 주는 제한된 기회)이 형성되던 1988년, 재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골드스미스대학의 남학생 하나가 15명의 동기들을 이끌고 <프리즈> 전을 열었다. 그렇게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ㆍ43)가 등장했다.

허스트와 그의 친구들이 펼친 예술에선,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에서 느낄 수 있었던 더럽고 섹시한 매력이 넘쳤다. 곧 그 매력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큰손’들이 나타났다. 공격적 콜렉터인 찰스 사치가 선봉에 나섰고, 그의 주도면밀한 바람몰이에 영국의 부유층과 여론이 화답했다.

이후 ‘yBA’(영 브리티시 아트)로 명명된 일련의 흐름은, 전후의 몇몇 팝아트나 프랜시스 베이컨, 혹은 미국으로 이주해버린 데이비드 호크니 등을 제외하면 별 볼일 없던 영국의 현대미술에 새로운 얼굴을 부여했다. 따라서 역사는 허스트를 ‘yBA의 골목대장’으로 기록할 것이다.

허나, 허스트가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1995년 터너 미술상을 수상했던 일 등은, 벌써 대중의 뇌리에서 지워진 듯하다. 다이아몬드로 표면을 장식한 초고가의 백금 해골을 만들고는, 자신이 조직한 펀드가 작품을 구매하게끔 꾸민 최근의 일은 망신스럽기 짝이 없기도 하다. 그래도, 대표작만큼은 시대의 상징으로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을까.

문제작이 많고 많지만, 수작은 셋이다. 캔버스를 벌레잡이 끈끈이로 활용해 갓 허물을 벗은 나비들을 포획한 설치물인 <사랑에 빠지고 나오기> (1991), 거대한 유리 수조에 포름알데히드를 담아 상어를 띄워놓은 <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속의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 (1991), 소머리에 구더기가 들끓게 해놓고 유충이 파리가 되면 곧 벌레잡이전기등에 꾀어 죽게끔 장치한 <천 년> (1991)이 그들이다.

암소와 송아지를 반으로 갈라 포름알데히드를 담은 수조에 띄운 <갈라진 엄마와 아이> (1993)를 추가해도 좋겠다. 허나, 평론가 제리 살츠가 지적했듯, 수조를 이용한 허스트의 작업들은 제프 쿤스의 <평형> 연작(수조에 농구공을 띄워놓은)을 흉내 낸 결과다.

고로, 미술사에 길이 남을 작업은 따로 있을지 모른다. 믿거나 말거나, <규제 약물 키 페인팅> (1993)과 그 파생작이 유력하다.

작가는 약품의 화학 성분을 색상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컬러 코드의 키 페인팅을 제작하고, 그에 따라 규제 약물을 ‘색색의 땡땡이 회화’로 재현하기 시작했다. 이 연작은, 사회적 실존과 표상, 색상과 데이터베이스 개념을 절묘하게 뒤섞은 새로운 종류의 메타 페인팅이다.

미술ㆍ디자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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