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매클렐런 지음ㆍ김원옥 옮김/엘도라도 발행ㆍ376쪽ㆍ1만8,000원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란 이름은 이들의 전략에 붙여져야 마땅하지 않을까.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의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백악관은 모두 935 차례나 거짓말을 했다. 그 수장은 단연 부시 미국 대통령이다(260회). 상식적 기준에 따른다면 인격 파탄의 수준이다.
미국의 비영리 언론 단체인 ‘공공청렴센터’와 ‘저널리즘 독립 기금’이 지난 1월 그들의 웹사이트(www.publicintegrity.org)에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2년 간 백악관 수뇌들이 이라크 침공의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자행한 거짓말 횟수를 추적, 공개한 결과다. 그 수장격인 부시 대통령, 파월 국무장관,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3명은 생화학 무기 보유, 핵무기 개발, 알카에다와의 연계 등을 핑계로 둘러대면서 각각 260회, 254회, 109회씩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 잔치를 벌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현재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의 지지도에서 맴돈다는 부시 행정부의 성적표다. ‘부시의 백악관 내부, 워싱턴의 기만적 문화(Inside the Bush White House and the Washington’s Culture of Deception)’이라는 노골적 부제를 단 이 책은 필연의 결과다. 1999년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였던 시절 수석 공보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을 인연으로 해 2003~2006년 백악관 수석대변인을 역임, ‘부시의 입’으로 불린 스콧 매클렐런이 폭로한다. 기만의 파티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난 해 11월 “부시의 ‘텍사스 사단’ 중 일원으로부터 중요한 폭로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로 진작부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책이다. 지난달 미국 내 출판에 앞서 저자인 매클랠런을 모시기 위한 언론사들의 치열한 경쟁, 백악관측의 해명 브리핑 등 결사적인 대처는 오히려 호기심만 달궜을 뿐이다. 책은 출판 전, 이미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이라크를 침공하겠다는 의사 결정은 심각한 전략적 대실책이었다.…(중략)… 두 번째 실수는 첫번째 실수를 깨닫지 못한 점이다”. 책이 도입부에서 밝히는 대로다. 그는 이라크 전쟁의 전후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면서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부시 대통령의 측근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하느냐’라는 문제로 몰아붙여 놓고 시작한 부시의 직관을 전제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들은 암묵적 방조자들이었다. 4,000여명의 미군 사망, 수만 명의 이리크 시민 사망 등 파멸적 결과를 내다보면서도 입을 다문 국가안보팀의 보좌관 등 백악관 팀이 그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워싱턴의 정치적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은 “테러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었던 부시가 다음 선거를 위해 묻어두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저자는 그 같은 술책이 “빈 라덴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지 못 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책임을 벗겨 주고 그것을 후임자에게 덮어 씌우려는”(157쪽) 것이라며 맞불을 놓는다.
저자는 투철한 ‘부시 맨’이다. 그는 부시가 내정에서 이룬 “혁혁한 성과”들을 보여 주며 “처음부터 개방성과 솔직함을 갖추었다면 오늘날 대중적 위상이 좀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아쉬워 한다. 국가안보담당관 콘돌리사 라이스에 대한 비판은 하나의 예다. 대통령의 심중을 파악하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여러 가능성을 고려할 여지를 차단, 강경파의 입장에 순응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그는 ‘투명성 제고를 위한 수석 보좌관 구조의 대대적인 변화’ 등을 요청한다. 백악관 내부의 정황과 커뮤니케이션 구조에 초점을 맞춘 책의 논리적 귀결이다. 책은 이 밖에 ‘부시를 조종하는 3인방’으로 칼 로브 전 백악관 정치고문과 캐런 휴즈 전 미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 앤드루 카드 전 비서실장을 지목한다. 저자는 현재 글로벌 테크놀러지 업체의 수석 자문이자 홍보 전략가로 활동중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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