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대일감정이 격해지고 있지만, 적어도 일상소비엔 ‘반일(反日)’은 없어 보인다. 아기 기저귀부터 의류, 일상적으로 마시는 대중음료에 이르기까지 ‘일본산’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품질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16일 온라인쇼핑몰 옥션 등에 따르면 올들어 일본제 유ㆍ아동 용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기저귀. 지난해 초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일본 기저귀는 지난해 6월 2,000팩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 6월에는 4만8,000팩으로 1년새 매출이 24배나 증가했다.
국산에 비해 15~30%가량 값이 비싸지만 주부커뮤니티나 카페 등을 통해 ‘기저귀 발진이 덜하고 국산에 비해 얇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입상들이 속속 등장, 전체 기저귀 매출의 10%까지 비중이 높아졌고 옥션은 올 초 아예 ‘일본기저귀’코너를 신설하기도 했다.
국산 빅브랜드가 없는 유아용품의 경우 비중은 훨씬 더 높다. 모유수유패드와 이유식기는 전체 상품중 일본산의 비중이 90%, 빨대컵은 85%, 젖병은 45%에 이른다. 옥션 유아동용품 담당 박영인 과장은 "아이 입에 직접 닿는 상품일수록, 돌 이하의 영아용 제품일수록 일본산의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소위 ‘니뽄삘’이라고 불리는 일본색 짙은 패션 상품들의 인기도 대단하다. 리바이스코리아는 최근 리바이스 레이디 스타일(LLS)의 일본 직수입 제품을 압구정동 오리지널 스토어, 신세계 강남점 등 서울시내 다섯개 매장에서 판매중이다. 이 회사 마케팅담당 유은영씨는 “같은 라인이라도 일본에서 개발된 상품이 더 패션감도가 높다는 인식이 퍼져있어 고급화 차원에서 일본 상품을 직수입하기로 했다”며 “향후 수입물량도 점진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닷컴이 운영하는 일본 구매대행사이트 도쿄홀릭은 지난해 8월 오픈한 이래 매월 20%이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마루이백화점의 아프와이져리셰(Apuweiser-riche), 얼쓰뮤직앤에콜로지(earth music&ecology), 준맨(Junman), 아비빌프레스(Abby Vill Press) 등 일본 브랜드의 레이어드룩, 디테일이 많은 스타일이 인기다. 이색 보정속옷 등 인기아이템은 판매 개시 1달만에 300장이 판매됐다.
생활소품에서도 일본 바람은 거세다. 홈플러스 전점에 1999년부터 입점해있는 일본산 2,000원 균일가 아이디어 가정용품은 가로 2m 세로 1m남짓의 작은 매대 하나에서만 연간 100억대의 매출을 올린다. 인터파크가 지난해 말부터 판매를 시작한 신지카토 웰리스 럽빠빠 등 일본 캐릭터 브랜드의 엽서 다이어리 유리제품 가방 등 3,000여종 캐릭터 디자인 상품은 월 평균 매출 신장율이 20%에 달한다. 전체 캐릭터디자인 상품 매출의 60% 규모다.
일본 혼합차 브랜드가 일본 명칭 그대로 한국에 상륙하기도 했다. 한국코카콜라는 지난달 10일 일본 혼합차 음료시장 1위 브랜드 ‘소켄비차’와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캔커피 브랜드 조지아커피를 국내에 들여왔다.
하지만 일상 깊숙이 침투한 일본바람에도 불구, 유통업계는 독도 영유권 분쟁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한국코카콜라 관계자는 “출시 한 달도 안됐는데 악재가 터져 제품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할지 내부적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닷컴은 당분간 도쿄홀릭 관련 마케팅을 일체 삼가면서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유리 롯데닷컴 홍보담당은 “요즘 소비자들이 개성적이고 다기능성을 갖춘 아이디어 상품을 선호하는 것이 아기자기한 일본 상품의 특성과 잘 맞는 것 같다”면서 “(독도분쟁이)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지만 그것이 일상적 소비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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