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학자들은 우리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이 왔느냐를 놓고 논란이 많지만 개인들의 생활 속에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상 물가가 오르면 가진 자산의 가치도 뛰게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서브프라임 사태라는 세계적 위기가 겹쳐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가격이 오히려 급락하는 이중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주식, 펀드 몇 달새 두자릿수 감소율
떨어지는 주가나 펀드 수익률은 이제 국민 모두의 걱정거리가 됐다.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로’를 외치며 지난해부터 대다수 개인들이 ‘발을 담근’ 탓이다.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올7월 중순까지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대략 264조원이 증발했다. 시가총액에서 개인투자자 비중(2007년 말 기준 25.3%)을 감안하면 개인들만 약 62조원. 국내와 해외 주식형펀드 자산손실도 40조원이 넘는다. 개인당 평균 500만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주식형 펀드 역시 지난 1년 사이 판매된 상품중 두자릿수 이상 내림세를 보이지 않은 상품이 거의 없다. 자산운용협 자료로는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지난 1년 평균 –19.24%에 달한다. 1개월 수익감소율은 13.13%이고 3개월(수익감소율 14.87%) 6개월(11.97%) 역시 수익을 내고있는 펀드는 없는 실정이다.
빚 부담 급증, 예금ㆍ보험도 깬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급증도 개인들에겐 직격탄이다. 최근 이직한 신모(34)씨의 경우 2005년 1월 아파트를 사면서‘변동금리 3년 거치 균등분할’ 방식으로 은행에서 빌린 2억원의 이자부담이 최근 30만원 가까이 늘었고 올 2월부터는 매달 98만원씩 원금 상환부담을 안고있다. 신씨는 “월급은 늘지 않는데 은행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푼이라도 더 주는 업체로 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ㆍ적금과 보험을 해지해 빚부터 갚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우리은행의 경우 예ㆍ적금 중도 해약 건수가 올해 상반기 54만9,00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00건 가량 늘었다. 급전용 대출도 늘어, 국민은행의 예ㆍ적금 담보대출 잔액은 6월 460억원이 증가해 5월(29억원)보다 6배 가량 급증했다.
부동산 불패(不敗)가 전패(全敗)로
2004년 11월 부산 용호동에서 30평대 아파트를 3.3㎡(1평) 당 850만원에 분양 받은 성모(41)씨는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성씨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까지 나와 가치가 오히려 떨어진 데다, 잔금을 납부할 형편조차 안돼 입주를 미루고 전세로 돌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강남권 재건축을 비롯한 ‘버블 세븐’지역의 고가 아파트는 거래마저 끊기며 가격이 급락하고 전국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외환위기 때보다 많아졌다. 반면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분양가는 계속 오를 게 뻔해 ‘고물가(금리, 분양가 상승), 저성장(집값 하락, 저수익)’식의 부동산시장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개인의 대표적 자산 가운데는 자동차도 빼놓을 수 없다. 회사원 유모(36)씨는 최근 자신의 ‘렉스턴 II’ 중고차 시세가 2년전 구입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1,950만원까지 떨어진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거래가 뚝 끊겨 실제로는 이보다 200만원 이상 낮게 내놔야 팔릴 정도다.
치솟는 물가, 졸라매기도 한계
생활물가 상승 역시 누구 하나 피해갈 수 없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만난 서울 영등포구의 주부 권모(47)씨는 “보통 동네 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요즘은 남대문 시장까지 나와 가격비교를 한다”고 했다. 생활협동조합에 가입해 생활비를 줄이고 있는 홍현주(37)씨는 “전기 코드 뽑기, 물 덜 쓰기, 세제 아끼기 등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한다”며 “한 달에 2~3번 하던 외식도 1번으로 줄였고 올 여름 휴가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작정”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전태훤기자 besame@hk.co.kr
고찬유 기자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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