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 속에 각 학교들이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학생이었을 때는 긴 여름방학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아침에 깰 때마다 오늘은 어떤 즐거운 일이 생길까 하는 기대감에 가슴이 벅차오르곤 했다.
물론 호주에서 살던 시절 얘기다. 호주는 여름방학이 한 학년이 끝나는 시기이고 크리스마스와 겹쳐 숙제도 없고 다가올 시험에 대한 걱정도 없다. 여름은 그야말로 신나게 노는 계절로 대부분은 바닷가나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호주와는 달리 한국에선 상당수의 학생들이 여름방학 과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방학에도 마음 편히 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과열된 경쟁 분위기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보충 수업을 선택하거나 ‘스터디 캠프’등에 참가하고, 해외 연수를 가기도 한다. 이런 과외 학습이 영어 실력 향상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잘 알고 있다.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언어를 마스터하려면 시간을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여름방학인 6주의 짧은 기간이라도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떨어져 외국 생활 환경에 푹 빠져 보는 것이다. 나 자신은 세 번이나 이런 경험을 했다. 18살 때는 일본에서, 20대 후반에는 아랍어 공부를 위해 중동지역에서, 그리고 30대 중반에는 한국에서이다.
일본에서의 경우, 일본어를 공부한 적이 없는데도 불과 1년 만에 호주에서 6년 동안 공부한 학생들보다 적어도 두 배 정도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대학생 시절에는 매년 돈을 모아 호주의 여름을 일본에서 보냈다. 일본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일하고 놀았으며, 영어 사용자와는 연락을 피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매년 일본어 실력은 크게 향상되었다.
한국인들이 영어 문법과 어휘 공부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점을 볼 때, 영어만 사용하는 환경에서 여름을 보낸다면 상당수가 놀라울 만큼 영어실력이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이 세 가지 있다. 1)완전히 몰입하라:한국어로 의사 소통은 물론 인터넷으로 한국어 웹사이트를 읽거나 한국TV를 시청해서는 안 된다. 2)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말할 때 실수한다는 것은 실제로 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최고의 학습법이다.
실수하는 것이 두려워 말하기를 꺼리면 배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3)영어는 단순히 다른 언어가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가끔씩 어떤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단어의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대화하는 상대방의 관점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새롭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외국 학생과 친구가 되면 자연스럽게 서로 연락하고픈 마음이 생기게 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무료 온라인 화상미팅을 통해 연락이 쉬워졌고, 비싼 사설 랭귀지 학습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자 발급이 간편해짐으로써(특히 호주에서) 휴가, 학업, 일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다. 한국 정부 역시 해외 언어 연수/직무 경험의 장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2005년부터 한국정부와 교육기관이 진행하고 있는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청년들이 보다 독립적이며 자신감을 갖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훌륭한 영어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몇 주 혹은 몇 달의 투자와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장기적으로 커다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일하고 즐기는 가운데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 말고 여름방학을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메리-제인 리디코트 주한호주대사관 교육참사관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