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코네리와 니콜러스 케이지가 주연한 헐리우드 영화 <더 락(the rock)> 은 미국 샌프란시코 앞바다 알카트래즈 섬(Alcatraz Island)의 요새(要塞) 감옥이 무대다. 1996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영화는 요즘도 케이블 TV에서 수시로 재방영한다. 새삼 스토리를 소개하기도 어색한 얘기를 꺼낸 것은 우리 독도 문제와 관련해 거론되는 이른바 ‘리앙쿠르 암석’(Liancourt Rocks)의 뜻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도움될 듯해서다. 국제적으로 ‘리앙쿠르 락’ 또는 ‘리앙쿠르 락스’로 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니 더욱 그렇다. 더>
■원래 멕시코 땅인 알카트래즈는 1846년 미국 정부가 5,000 달러에 사들여 항해용 등대를 세웠다. 이어 멕시코와의 전쟁에 승리해 캘리포니아를 병합한 뒤에는 캘리포니아 만 입구를 지키는 포대를 구축했다. 남북전쟁 때는 무려 105문의 포를 배치, 철통 같은 요새 노릇을 했다. 그러나 실제 전투는 없었고 남부연맹 동조자를 가두는 데 썼다. 그 뒤 연방정부가 중범죄자 감옥으로 만들어 알 카포네 등 조직범죄 수괴와 흉악범을 수용했다. 험한 바위섬인 데다 바닷물이 차갑고 물살도 급해 살아서 육지까지 탈출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공식적으로 성공한 사례도 없다.
■알카트래즈처럼 ‘더 락’으로 불리는 섬은 여럿 있다. 마닐라 만 입구의 유명한 요새 코레히도르 섬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오키나와 뉴펀들랜드 하와이 등도 그렇게 부르는 걸 보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을 발견한 초기의 관행이 굳어진 게 아닌가 싶다. 따라서 ‘더 락’은 ‘바위섬’으로 옮겨야 적절할 듯하다. 최근 독도 주제어를 ‘리앙쿠르 락스’로 바꾼 인터넷 백과 위키피디아도 ‘Rock’을 “사람이 살지 않고 식물도 별로 없이 바위로 이뤄진 작은 섬(islet)”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등이 1849년 독도를 ‘발견’한 프랑스 포경선 이름을 딴 ‘리앙쿠르 락스’를 택한 데는 일본의 농간이 작용했다지만 원칙적으로 중립 입장을 취한 셈이다. 그런데 우리 언론 등이 무작정 흥분하면서 이걸 ‘암석 암(岩) 암초(暗礁)’ 등으로 옮기는 것은 잘못이다. 암석과 암은 돌덩어리와 바위를 뜻한다. 암초는 이어도(離於島)와 같이 대부분 물속에 잠긴 바위를 가리킨다. 국제법적 지위도 섬에 비해 낮다. 알카트래즈 섬의 2배 크기인 독도를 놓고 우리 스스로 이렇게 풀이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이유다. 복잡한 논쟁일수록 정확한 지식을 동원해야 한다. ‘리앙쿠르 섬’이다.
강병태 수석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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