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머타임제, 고유가 시대에 이득? 손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머타임제, 고유가 시대에 이득? 손실?

입력
2008.07.17 00:17
0 0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위협하는 등 고유가 상황이 고착화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름철 실제 생활 시간을 표준 시간보다 한 시간 앞당기는 ‘서머타임제’(일광절약 시간제)가 이런 국면을 극복하는 주요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단 금융계의 움직임이 가장 민첩하다. 시중은행들은 오전 9시30분~4시30분인 영업시간을 8시30분~3시30분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열린 금융노조와의 공동 임금단체협상에서 영업시간을 앞당기는 방법을 연구해 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경련도 서머타임제를 실시할 경우 예상되는 내수진작 효과와 에너지 절감 효과를 담은 책자를 배포하는 등 여론 몰이에 나섰다. 전경련에 따르면 서머타임제가 도입되면 가정용 조명과 사무실 냉방 전력 사용량이 각각 8.1%와 2.5% 줄어 연간 860억원의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다.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 경기 진작 효과도 기대된다. 전경련 이병욱 산업본부장은 “서머타임제가 시행되면 퇴근 후 여가시간이 많이 남게 돼 관광ㆍ문화ㆍ레저ㆍ스포츠 산업이 활성화 할 것”이라며 “2조2,000억원 정도의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를 절약하고 내수 경기를 살리려면 국민 생활 패턴을 바꿀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서머타임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여름에 백야(白夜)가 나타나는 아이슬란드를 빼고 서머타임제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밖에 없다는 논리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국은 작년부터 서머타임 적용기간을 7개월에서 8개월로 확대했으며, 일본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머타임제 긍정론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실제 도입 여부는 불투명하다. 노동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정부도 내심 도입을 희망하고 있으나 노동계 눈치를 보느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노동계 반대 논리의 핵심은 상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직장 현실에서 서머타임제는 근무시간 연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김종갑 정책본부장은 “하루 8시간 법정 근로시간도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서머타임제가 실시되면 직장인들은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가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도 “해가 훤하게 떠 있는데 배짱 좋게 퇴근할 부하직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건전한 내수산업 육성보다는 유흥업과 사행사업의 번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계는 전경련이 내세우는 에너지 소비량 절감 효과도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다. 지난해 10월 한국개발연구원 등이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서머타임이 도입된 1987~88년의 전력 소비량이 감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 표준시를 따르다 보니 실제보다 30분 빨리 하루를 시작하는 만큼 굳이 서머타임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나오고 있다.

정부는 도입에 신중하다. 전경련 상근부회장 시절 서머타임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는 “국민들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