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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前 회장 집행유예/ 판결 논란, 절차적 불법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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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前 회장 집행유예/ 판결 논란, 절차적 불법은 괜찮다?

입력
2008.07.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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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법원의 16일 판결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처분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무죄 판결은 ‘결과적 불법성’에 천착한 나머지 ‘절차적 불법성’의 문제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삼성그룹 비서실 차원의 실권(失權) 지시와 에버랜드 이사회의 회의록 위조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배임 여부 결정과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절차상의 문제점들을 판단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결과만 불법이 아니라면 절차적 편법이나 불법성은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우려가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 같은 논리는 동일사안으로 기소된 전ㆍ현직 에버랜드 사장들에 대한 1, 2심 재판부의 유죄 선고 논리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어서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당시 재판부들은 “에버랜드의 CB 헐값 매각은 배임”이라고 분명히 밝혔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챙긴 이득을 89억원으로 특정하기까지 했다. 이번 판결대로라면 당시 판결들은 하루 아침에 엉터리가 돼 버리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조세포탈죄 형량도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다. 조세포탈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죄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465억여원을 포탈한 이 전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 4월 43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고물상 업자에게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던 대전지법 판결과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특별검사 무용론'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수사 당시부터 ‘삼성 봐주기’ 의혹을 받았던 특검팀은 재판 과정에서도 성의 없는 모습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특검팀은 재판 내내 공소사실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정황 증거만을 들이대 재판부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을 당한데 이어 “수사 때보다 진전된 증언이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증인신청을 기각당하기도 했다.

급기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의혹과 관련해 이날 재판부로부터 사실상 ‘BW 가격은 물론 공소시효도 제대로 산정하지 못한 부실 기소’라는 평가를 받는 굴욕을 당했다.

그러나 이날 판결이 상급심에서도 그대로 인정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특검법상 항소심과 상고심 재판 기한은 각각 2개월씩이어서 사법부의 최종 판결은 연내에 내려지게 된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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