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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MB 실용외교' 전문가 긴급진단/ "눈앞 성과 고집말고 외교시스템 재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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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MB 실용외교' 전문가 긴급진단/ "눈앞 성과 고집말고 외교시스템 재정비"

입력
2008.07.1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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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식 실용외교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미국 가서 퍼주고 국내에서 촛불에 휩싸이지를 않나, 믿었던 일본에게 뒤통수를 맞고, 중국과의 관계도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사방팔방에서 뭇매질당하는 이명박 정부 외교ㆍ안보정책에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늦지 않았으니 이 대통령이 대선을 치르며 형성된 외교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의 외교안보 시스템을 정비하라”고 조언했다.

출발은 화려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ABR(Anything But Roh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만 아니면 된다)’ 기조 아래 한ㆍ미ㆍ일 신3각 동맹 강화를 향해 돌진했다.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아끼는 나라의 정상들만 간다는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1박을 하며 성가를 올렸고, 이어진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미래지향적 한일 신시대’를 선포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한미정상회담 직전 타결한 한미 쇠고기협상 때문에 국내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추가협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미국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 2차례나 정상회담 일정 발표가 매끄럽지 않게 처리되는 사단이 발생했다.

또 5월 한중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도중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산물”이라는 발언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에 대한 견제구였다. 그리고 7월에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이어 일본의 교과서 해설서 독도 영유권 명기 사태까지 바람 잘 날이 없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일단 비판 일색이었다. “방향은 맞지만 개별 사안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일 뿐”(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방향 설정 자체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공약은 공약이고 정치는 정치인데 이 대통령은 선거 때 국민들의 표를 얻으려고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던 내용을 그대로 정치 영역으로 끌고 왔다”며 “한미동맹이 손상됐다며 서두르다 보니 미국에 쉽게 요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건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외교는 협상이다.

그런데 한국 외교의 핵심은 미국이고 미국은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라고 말하는 나라에게 미국이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이유가 있겠는가. 나를 상수라고 보는데 내가 양보를 할 이유가 없지 않나.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는 있지만 정도가 지나쳤다”고 꼬집었다.

“외교안보 정책에 큰 그림이 없다” “경험이 일천한 특정 청와대 참모가 외교안보 정책을 좌우하면서 잘못된 인식을 이 대통령에게 심어준다” 등의 지적도 쏟아졌다.

한미, 한일 관계 복원을 서두르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아졌고 결국 이를 역이용한 미국 일본에 당하고 있다는 평가도 다수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처음부터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인식을 갖고 출발한 게 잘못이었다”고 공격했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을 버리고 중국과 가까워질 이유는 없다. 중국 역시 동북공정, 한미동맹 견제 등 자신의 국가 이익에 따라 가차 없는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남창희 인하대 정외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고 외교를 펼칠 상대마다 국가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만큼 ‘최적화한 다양성’을 기초로 외교 분야 종합 조정력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미국 일본 중국 사이에서 힘의 균형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의 균형외교를 추구하는 게 우리 외교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책은 결국 시스템과 소통의 문제로 돌아간다. 문정인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시스템처럼 외교안보 부처 간 협의와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질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창희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외교 상대도 많고 관계가 복잡한 나라는 전반적 흐름을 짚어줄 큰 지침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보이지 않는 만큼 연말까지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건영 교수는 “국내에 갈등이 있으면 외교를 하기 힘든 만큼 건전한 보수, 온건한 진보가 중지를 모아 공동의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만들면 좋겠다”며 미국의 국방자문위원회를 예로 들었다.

“국민과의 소통 설득 납득 과정이 중요하다”(윤덕민 교수) “쇠고기 문제에서 봤듯 전문가를 시작으로 국민적 지혜를 구해야 한다”(박명림 교수)는 조언도 있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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