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금강산을 다녀온 윤만준 사장이 16일 밝힌 새로운 내용은 ▦12분50초 빠른 호텔 폐쇄회로(CC)TV 시계 ▦북한군 초병이 박씨를 처음 발견한 지점은 경계울타리로부터 800m(당초 1.2㎞)라는 것으로 압축된다.
결국 이동 시간은 13분 늘고, 이동 거리는 1㎞(전체 3.33㎞에서 2.43㎞) 가량 줄어들었다. 이렇게 되면 박씨는 총 35~40분 간 시속 3.6~4.1km의 속도로 걸었던 것이 되므로 당초 제기됐던 ‘50대 여성이 20여분 만에 3㎞가 넘는 거리를 어떻게?’라는 의혹은 어느 정도 해명 된다.
하지만 설명 대부분이 북한 측 자체조사에 의한 것일 뿐 윤 사장 일행이 직접 확인한 내용은 ‘(우리 측에서 운영하는)호텔 CCTV의 시계가 13분 가량 빠르다’는 게 유일하다. 나머지 대부분 내용은 북한군이 자체 조사한 내용을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명승지) 관계자들을 통해 15일 돌아오기 직전 구두로 설명을 들었다. 북측이 자신에 유리하도록 조작했을 수도 있는 설명을 중간에서 옮긴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윤 사장은 해변의 경계울타리 너머로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했고, 이날도 발표 내내 “~라고 했다”, “~로 생각된다” 등의 간접화법을 자주 사용했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혹의 핵심은 북한군의 발사 횟수와 발사 시점이다. 윤 사장은 “명승지에 따르면 초병이‘섯! 움직이면 쏜다’를 3회 반복, 제지했으나 박씨가 도망치자 1발의 경고사격 후 3발의 조준사격을 했고, 이 중 2발이 명중했다”고 밝혔다. 북한측은 당초 ‘공포탄을 쏜 뒤 사격’했다고 밝혀 박씨의 총상을 감안할 때 최소 3발을 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여전히 금강산 대학생 캠프에 참여한 이인복(23)씨와 또 다른 여성 관광객 이모씨가 공통으로 밝힌 ‘2발의 총성’ 진술과 정면 배치된다. 2002년 탈북한 한 새터민은 “공포탄이든 실탄이든 호텔에서 총성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거리”라며 “복수의 관광객 진술이 일치하는 점으로 보아 이들 얘기가 더 신빙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군 초병이 경고사격 없이 곧바로 박씨를 조준 사격했다는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마찬가지로 북측 설명을 토대로 한 피격시각 ‘오전 4시55분~5시께’도 “총소리가 분명히 5시20분쯤 들렸다”는 여성 관광객의 진술과 모순된다. 이 또한 날이 밝아 시야가 확보된 상황에서 과잉대응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당겼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윤 사장은 “박씨가 평지처럼 다져진 해안가를 이용해 달렸고, 초병은 발이 빠지는 모래사장 위로 추격하다 보니 초병과 사고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불가피하게 총격을 가했다”는 북측의 주장을 전했다. 그러나 모래사장이라 하더라도 20대의 젊은 초병이 50대 중년 여성을 쫓아가지 못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키 어렵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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