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건희 前 회장 집행유예/ "도의적 책임 생각해 보겠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건희 前 회장 집행유예/ "도의적 책임 생각해 보겠다"

입력
2008.07.17 00:20
0 0

“국민께 폐를 끼쳐 죄송하다. 도의적ㆍ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겠다.”

16일 오후2시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법정을 나서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가볍게 미소를 짓기도 했다.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 법정 출구를 빠져나가며 이 전 회장은 “결과를 예상했냐”는 질문에 “그런 건 예상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담담하게 답했다. 수행원들과 함께 법원 청사 밖으로 서둘러 빠져 나온 이 전 회장의 발걸음도 가벼워 보였다.

그러나 40여분 전 선고공판을 기다리는 이 전회장의 표정은 극히 대조적이었다. 선고 10분 전인 오후1시20분 법정에 들어선 이 전 회장은 미리 와 있던 이학수 전 부회장 등으로부터 인사를 받은 뒤 자리에 앉아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긴장된 얼굴로 앞만 바라봤다. 이따금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을 지그시 감기도 했다.

오후1시30분 정각 재판부가 입장했다. 특검 측에선 아무도 나오지 않은 채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장인 민병훈 부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특경가법상 배임죄에 대한 법리판단, 구체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피고인 개개인에 대한 양형 요소, 그리고 주문 순으로 A4 용지 9장에 달하는 선고문을 매우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갔다. 민 부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 혐의와 관련해 “주주의 손해를 에버랜드에 대한 배임죄로 법률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암시하는 부분을 낭독하자 법정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이 전 회장은 법대를 향해 오른쪽으로 몸을 비스듬히 튼 채 민 부장만 응시했다.

각각의 공소사실에 대한 민 재판장의 선고가 끝날 때마다 법정을 가득 채운 200여명의 방청객들의 입에서는 가벼운 탄식과 한숨이 흘러나왔다. 일부는 의외라는 듯 서로를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몇몇 방청객은 “무죄”라는 부분에서 박수를 쳐 경위들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오후 1시 45분. 민 부장이 드디어 “피고인 이건희에 대한 형을 징역 3년 및 벌금 1,100억원으로 정합니다. 다만 이 확정판결일로부터 5년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합니다”며 주문을 읽었다. 순간 긴급 뉴스를 타전하기 위해 출입구로 향하는 취재진 등으로 법정은 일대 소란스런 분위기였지만 이 전 회장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법정에 들어올 때처럼 상기된 얼굴 그대로였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