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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돈, 금줄을 잡는다 '新 골드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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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돈, 금줄을 잡는다 '新 골드러시'

입력
2008.07.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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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플레 계속될 것 같아" 주가보다 금 시세 촉각

회사원 정모(35)씨는 두 달 전부터 주식차트대신 국제 금 시세를 살핀다. 주식투자로 2,000만원을 날린 뒤 상사 권유로 시작한 금 실물 투자로 수익(연 환산 12%)도 얻고있다. 그는 “인플레가 계속 될 것 같은데, 남은 돈을 예금에 묻어두자니 앉아서 손실(실질금리 마이너스)을 입을 것 같아 시작했다”며 “금 선물 가격과 원ㆍ달러 환율이 오르면 이득”이라는 나름의 금 투자철학도 소개했다. “최근엔 주가보다 금값이 주변의 관심사” 라고 덧붙였다.

#여윳돈 생길 때마다 도매상 찾아 골드바 차곡차곡

K씨는 100만원이든 200만원이든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회사 근처 금 중간도매상을 찾는다. 몇 년 전 ‘금=현찰+α’라는 생각에 금(골드바)을 차곡차곡 쌓아 수천만원어치가 됐는데, 지난해 금값이 엄청나게 오르면서 낯빛도 금빛이 됐다. 그는 “금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주위에 많은데 막상 어떻게 하는지 아는 이들은 드물다”며 “거래내역이 공개되는 금융회사 상품보다 직접 발품을 팔아 사는 게 절세 및 상속효과도 있다”고 귀띔했다.

신 ‘골드러시’(Gold Rush)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러시의 주체는 서부 개척자가 아닌 갈 곳 잃은 돈이다. 인플레 우려로 인한 실질금리 마이너스, 주식 폭락, 펀드의 굴욕, 부동산 침체 조짐 등 어딜 봐도 우울한 전망뿐인 터에 풍부하게 널린 시중자금이 ‘의지붙이’를 찾은 셈이다. 금에 대한 투자는 국제 시세 급등으로 지난해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 들어선 점점 더 저변을 넓혀가는 양상이다.

우선 신규 및 장래희망 투자자가 늘고 있다. ING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10%였던 금 투자는 올해 2분기 배(20%)로 늘었다. 반면 예금과 주식 비율은 줄었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투자 수단 중에서도 전통적으로 강세인 부동산(41%)에 이어 2위(30%)를 차지했다. 계좌를 이용해 금 실물을 거래할 수 있는 신한은행 ‘골드리슈금적립’의 금 매입 규모(6월말 기준)도 지난해 말보다 45%이상(수익률은 22%) 증가했다.

때맞춰 국제 금값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 3월 최고가(온스당 1004.30달러)를 찍고 내려갔던 금 선물 가격은 최근 중동의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며칠동안 급등세를 보이며 970달러대에 안착했다. 금값이 치솟자 아프리카 등 세계각지에서 또 다른 의미의 골드러시인 불법 채굴도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인플레를 감안하면 유가는 이미 전고점을 돌파한 반면 금값은 과거 전성기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가치도 높다는 얘기다.

금 투자자들의 ‘금 예찬론’도 다양하다.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아 많이 먹지는 못하지만 많이 잃을 염려도 없다” “종이(지폐)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는데 금 자체가 현금이다” “석유는 계속 나오지만 지구상에 금 광산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 희소성이 뛰어나다” “같은 실물이라도 부동산처럼 기복이 심하지 않다” “주식은 망하면 깡통(깡통계좌)만 남지만 금은 불변한다” “잘만 모으면 절세효과도 있다” 등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금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마지막 버블에 올라타라, The Gold Boom(골드붐)’이란 보고서에서 “세계 곳곳에서 실물과 금융자산의 버블이 터지고 있는 상황에 유일하게 버블이 커지고 있는 분야가 원자재 시장이고, 이중 원유보다 금의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며 “금의 시대가 다시 왔다”고 밝혔다. 역사가 증명하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수익률),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천연 안전자산, 전세계 금을 모아도 약 1.557㎥에 불과한 희소성 등을 투자매력으로 꼽았다.

그러나 금 투자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실물을 사자니 방법을 잘 모르겠고, 금 투자로 도리어 손해를 봤다는 얘기도 들린다. 보통 금 투자는 실제 금을 사는 실물 투자, 금융계좌를 이용한 실물거래, 금 테마펀드 등을 아우르기 때문이다.

이중 금 테마펀드는 ‘골드’란 이름이 달렸지만 금값과는 상관 없이 주로 관련 주식이나 지수, 채광업종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 시중에 나와있는 금 테마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라 금에 투자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당혹스러워 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진정한 의미의 금 투자를 하고 싶다면 자신의 성향을 잘 따져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부지런하고 오프라인에 강하다면 중간도매상 등을 이용해 직접 금을 사는 게 좋고, 분석적이고 온라인에 강하다면 금융계좌를 이용한 실시간 실물 거래가 낫다고 조언한다.

금 투자에도 분명 리스크는 따른다. 이석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 금값은 급락하고, 1980~90년대 저물가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주식 전성시대엔 금값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그런 시대가 다시 올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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