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밤 을 봤다. 프로그램 후반부로 가면서 심정은 점점 착잡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여기서 한치라도 밀리면 죽는다’는 배수진을 친 듯한 인상이었다. 또 16일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의 광우병 보도를 심의했다. 이와는 별도로 검찰에서는 에 취재 원본자료를 요청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방송프로그램이 이처럼 편파성과 객관성 문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논쟁을 해왔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된 단면이 아닌가 자조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갈등은 이라는 프로그램의 객관성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정치적 헤게모니를 누가 갖느냐’하는 패권경쟁이 내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문제는 제작상의 잘잘못 문제가 아니라 양측 모두 도덕적 정의감을 내건 싸움이 되고 있다.
측에서는 객관적 사실에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는 정의감을 강변할 수밖에 없다. 15일 방송된 내용이 그렇다. 반면 정부 측은 의 광우병 프로그램이 정부의 도덕성과 통치력을 흠집내기 위한 정치적으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심의위의 심의결과는 양측 모두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승자와 패자 모두 ‘뜨듯 미지근한 승리와 패배’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이렇게 첨예한, 또 정치적 파장이 클 수 있는 사안들을 심의하고 처벌하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는 방통심의위의 법적 권능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검찰수사를 통한 해결 방안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이 문제를 마치 정치권력과 언론간 갈등이라는 구도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이른바 ‘국가의 언론 통제’라는 최악의 국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럴 경우 이 게임의 승자는 이 될 것이 분명하다. 만약에 에 대해 무혐의 판정이 내려지게 되면, 정부는 언론을 장악하려 했다는 비판에 몰리게 될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라도 에 대한 사회적 비난보다 정치적 언론통제의 희생양으로 영웅시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물론 MBC 입장에서 그런 입장을 강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바로 이 점이 언론문제에 대해서는 공권력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매우 단순한 진리를 보여준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이른바 일부 보수신문들을 상대로 엄청나게 많은 고소ㆍ고발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별 소득 없이 권위주의 정권보다 더 심하게 언론을 통제하려 했다는 비판으로 돌아왔다.
결국 정부는 검찰이라는 공권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미흡하지만 방통심의위의 심의결과를 존중하는 자세가 실질적으로나 명분 면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역시 객관적이지 못했던 부분을 솔직히 시인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젯밤 을 보는 마음은 착잡함 그 자체였다.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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