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입장에서 병원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이뤄진 몇몇 조사에 따르면 의료진의 실력을 첫번째로 꼽고 있으며, 친절과 최신장비 보유 여부 등도 중요한 잣대에 속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반인이 이런 항목들을 본인의 의도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마트에서 1주일치 생필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보면 같은 품목의 여러 브랜드를 비교해 장단점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것들을 선택한다. 옷을 살 때도 마찬가지이며, 자동차나 집과 같이 한번 선택하면 오랜 기간 영향을 받는 소비재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또다른 여러 기준을 정해 놓고 조사한 뒤 전문가의 조언까지 곁들여 최종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을 때는 이같은 소비의 합리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 앞서 말한 조사에서 밝혀진 우선순위는 단지 생각에 그칠 뿐, 실제로는 많은 환자들이 가까운 병원이나 무조건 큰 병원을 찾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물론 의료 서비스와 다른 소비재를 같은 항목을 기준으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비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의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도 합리적인 기준이나 잣대가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의료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보 부족이나 편견 등으로 인해 다른 소비재만큼 자세하게 접근하는 데는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준을 염두에 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첫번째는 전문 병원을 찾는 것이다. 모든 산업 분야가 세분화, 전문화되어 가는 추세에서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운 치료법과 장비가 끊임없이 개발되고, 과거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각종 질병의 원인을 새롭게 밝혀낸 논문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따라서 한 분야에 집중하는 병원일수록 의술은 물론 간호 및 행정 시스템 역시 한층 더 자리를 잡았을 가능성이 높아 환자 입장에서 안정적인 치료가 가능해진다.
두번째는 임상 실적이다. 오랜 임상 경험은 해당 치료에 대해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의 몸은 제각기 다른 특징이 있어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해도 원인이 천차만별이어서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마련이다. 이를 정확히 진단하고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풍부한 임상 경험이다.
하지만 경험과 경력이 노하우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객관적인 측면에서는 임상 경력이 짧더라도 의료진간 정보 공유가 활성화되어 있는 의료기관의 의료인이거나, 개인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직간접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 경험만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논문이다. 학회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논문은 임상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논문은 최신정보를 습득, 더 나은 치료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
이 밖에도 앞선 의술과 최신 정보 습득을 위해 국내 및 해외 유관기관과 얼마나 많은 유기적 연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 정부 등 공공기관의 진료수준 평가결과 등도 병원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이런 내용들은 의료 소비자가 병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까지 이런 정보의 공개가 공식화, 활성화돼 있지는 않지만 얼마든지 관심을 갖고 있으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옛날 중국의 한 의료인은 환자를 치료해주고 그 대가로 살구나무 한 그루씩만 받았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그 집의 뒷산에는 살구나무 숲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인술(仁術)을 일러 살구나무 숲이라는 뜻의 ‘행림(杏林)’이라고 부르게 된 유래다. 어쩌면 오늘날 의료가 갖는 공공성의 일면을 확실하게 드러낸 표현이기도 하다.
의료도 산업의 한 분야인 만큼 이제부터는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환자들이 보다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중심에 환자의 권익 보호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상호ㆍ우리들병원 이사장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