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11일 18대 국회 개원식 연설에 담긴 대북정책 관련 부분이 두 가지 이유로 크게 곡해되고 있다. 하나는 그 날 아침에 일어난 금강산 총격 사건을 보고 받고도 문제의 부분을 그대로 읽었다는 것 때문이고, 또 하나는 문제의 부분 중 “남북 당국 간의 전면적 대화 재개”를 제의한 대목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 관련 발언 부분은 잘 뜯어보면, 고심의 일착(一着)임이 분명하다.
이 대통령 제안은 고심의 일착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관하여 이 대통령이 처해 있던 입장은 샌드위치와 같았다. 한 쪽에서 ‘보수ㆍ우파’가 실질적으로는 ‘선거혁명’이었던 정권 교체의 취지에 맞게 남북관계의 ‘새 판짜기’를 요구한 반면 정권 교체로 권좌를 내놓은 ‘좌파’는, 김정일의 북한과 함께, 국가 계속성의 원칙을 이유로 이 대통령에게 “6ㆍ15 선언과 10ㆍ4 선언을 이행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이에 관하여 절묘한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그는 우선 “남북당국의 전면적 대화 재개”를 제의했다. 그러나 대화 재개 제의는 ‘총론’이었고 ‘각론’은 따로 있었다. 이 대통령은 북한과 남쪽의 ‘좌파’가 요구하는 6ㆍ15 선언(2000)과 10ㆍ4 선언(2007)뿐 아니라 7ㆍ4 남북공동성명(1972)ㆍ남북 기본합의서(1992)ㆍ비핵화선언(1992) 등 그 동안 남북 간에 이루어진 모든 합의서의 이행 문제를 함께 거론했다.
이로써 공은 절묘하게 북한 코트로 넘어갔다. 이 대통령은 문제의 합의서들을 무조건 “이행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 합의를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하여 “진지하게 협의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첫째는 북한이 과연 남북 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의 이행에 호응하겠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과거의 합의서들의 이행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들 합의서에 담겨진 원칙적 합의들의 해석 문제가 다시 제기되리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제의를 수용하더라도 이들 합의서의 이행에 관한 합의가 쉽사리 이루어질 가능성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북한이 제의를 수용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열리더라도 그 전망이 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6ㆍ15 선언이 문제인 것이다. 6ㆍ15 선언 ①항의 ‘통일 원칙’과 ②항의 ‘통일 방법’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쌍방 간에 재해석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특히 2007년10월의 10ㆍ4 선언과 이를 부연한 11ㆍ16 총리회담 합의서에 담긴 대북 경협에 관한 합의사항들은 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실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정부는 북 반응 봐가며 제안을
바로 이에 대해 이명박 당선인은 2월1일 ‘솔로몬의 지혜’를 연상시키는 ‘묘수’를 내놓았다. 대북경협 4개 원칙이 그것이다. 전임자가 발행한 대북 ‘어음’들에 대해 ①북핵 문제 해결 ②경제적 타당성 ③재정부담 능력 ④국민적 합의 등 4개 기준을 가지고 재검토하여 ①당장 결제할 것 ②뒤에 결제할 것 ③부실 처리할 것으로 분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11일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관하여 두 번째 ‘안타’를 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설 내용이 ‘안타’가 되려면 그의 정부가,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때까지는, 공연히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는 것을 이유로 섣불리 설익은 대북제안을 남발하여 오히려 이 대통령의 대북제안을 희석시키는 경거망동을 삼가야 한다.
이동복 전 남북고위급회담 대표ㆍ 15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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