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이 발생한 뒤 통일부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제대로 매끈하게 처리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15일 상황만 해도 그렇다. 진상 파악을 위해 방북했던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이날 서울로 돌아오기로 했고, 김하중 통일부 장관을 면담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이미 알려진 일정을 감추려다 항의가 쏟아지자 마지 못해 공개했다. 사건 발생 직후 “투명하고 신속하게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원칙까지 천명했지만 말 뿐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넘어온 박씨 부검 결과도 하루 이상 주물럭거리다 16일 내용을 공개했다. 지연 이유를 묻자 “장관에게 보고가 안됐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될 과학적 결과를 숨기려는 듯한 태도 때문에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만 증폭시켰다.
이런 와중에 김하중 장관은 15일 슬그머니 통일교육원장을 발령냈다. 지난달 극우 성향 인사를 원장에 내정했다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다른 지원자를 임명한 것이다. 새롭게 임명된 인사 역시 “(통일부가) 좌파 세력들의 겁주기, 과거 정권의 자화자찬식 대북정책에 스스로 동화되면 어긋난 대북관계를 바로잡기 어렵다”는 글을 쓴 대북 강경론자다. 그래서 피격 사망사건에 이목이 쏠린 와중에 여론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슬쩍 인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초반 통일부 폐지가 거론될 때 이를 결사적으로 막았던 통일부 직원들은 지금 어디에 가 있는 것인가. 되는 일이 없다 보니 부처 자체가 위축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영혼 없는’ 장관이 부처를 지휘한다 해도 아래 직원들까지 혼이 나간 듯 행동해서야 되겠는가.
정상원 정치부 기자 ornot@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