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간의 북한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16일 발표한 고 박왕자(53)씨의 사건 당일 이동 경로와 시간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박씨가 머물렀던 호텔의 GPS(위성위치추적시스템)와 CCTV 확인 결과 숙소 출발 시각이 당초보다 12분50초 빨라졌고, 이동 거리도 2.4㎞로 종전(3.3㎞)보다 짧아졌다. 박씨에게 총을 쏜 북측 초병도 한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상으로만 보면 그 동안 나온 정황보다는 구체적이고 개연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윤 사장 귀환 마지막 날 북측 군 당국이 제공한 사건 경위와 현대아산 측이 세 차례 실시한 현장조사 결과만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 우리 정부가 북측에 합동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일방통행식 정보제공의 위험성을 고려한 것이다. 새롭게 드러난 사건 당일(11일) 박씨의 이동 경로 및 시간을 재구성하고, 달라진 점과 그에 따른 의문점을 짚어본다.
숙소 출발 시각
강원 고성군 금강패밀리비치호텔 201호에 중학교 동창 3명과 함께 투숙한 박씨가 일출을 보기 위해 혼자 호텔 로비를 나온 시각은 당초와 달라진 부분이다. 1차 금강산 사업소의 초동보고 때 시각은 오전 4시31분. 하지만 현대아산이 GPS와 대조 확인한 결과 13분이 앞당겨졌다.
당일 고성군의 일출 시각은 새벽 5시12분. 따라서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각이다. 박씨는 금강산 해수욕장의 길게 뻗은 백사장을 따라 북서쪽에 있는 기생바위 쪽을 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측의 주장이 따로 없는 상황이라 신빙성이 높다.
군 통제선 월경
박씨가 철책 펜스로 구분돼 있는 군 통제선을 넘은 시각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한 근거가 없다. 유일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철책 펜스 옆 CCTV(북측 운영)를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현장 조사를 통해 50대 여성인 박씨의 걸음걸이를 추정해 오전 4시35분에서 4시40분 사이에 군 통제선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북측 군 당국도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박씨는 철책 펜스 옆으로 나 있는 모래 둔덕을 넘어갔을 것이 확실하다. 해안선 부근에는 철책이 없고 통행금지 표지판도 없어 박씨는 특별히 금지구역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초병 발각 시간 및 거리
박씨가 군 통제선을 넘어 진행한 거리와 북측 초병에 발각된 시각은 최초 보고 때와 많이 확연히 달라졌다. 당초 군 통제선에서 1.2㎞ 떨어진 곳이라고 알려졌지만 이번에 북측 군 당국은 통제선에서 800m 지점이라고 밝혔다. 또 북 초병에 발각된 후 박씨가 숙소 방면으로 도주한 거리도 당초 1㎞에서 500m로 절반이 짧아졌다.
이에 따라 피격 지점도 당초 군 통제선에서 200m 지점에서 300m 지점으로 수정됐다. 하지만 이 해명은 북한 군이 제공한 것을 근거로 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떨어진다. 북측이 그간의 논란이 됐던 부분을 꿰 맞췄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측은 이번에 처음 박씨를 최초로 발견한 시각이 오전 4시50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확인할 길이 없다.
추격전과 발포
북측이 박씨를 발견해 추격전을 벌인 내용은 이번 조사를 통해 다르게 밝혀진 사실이다. 북측은 박씨에게 ‘섯, 움직이면 쏜다’고 세 차례 경고한 뒤 추격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분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발이 빠지는 모래 때문에 북 초병의 추격속도가 박씨보다 느렸다는 북측 주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박은 박씨에게 경고사격을 한번 한 뒤에 조준사격을 세차례 했다고 했는데 이 역시 남측 목격자와 차이가 난다. 박씨의 사망 시간도 당초에는 4시50분이라 했는데 현대아산측은 오전 4시55분에서 5시로 추정하고 있어 차이가 난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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