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에 대한 1심 법원의 선고가 내려진 16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 등 삼성 관련 의혹을 제기한 측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삼성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할 때 무난한 판결”이라는 의견도 나타냈다.
김 변호사는 법원이 이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등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허탈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의미 없는 말을 되풀이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실망스럽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김 변호사와 함께 삼성 관련 의혹을 폭로했던 정의구현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도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뻔한 스토리가 재현됐다”며 “단군 이래 최대 도둑을 집행유예로 처벌한 사법부를 국민들은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별도의 성명서를 내는 일조차 구차해서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이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총체적 면죄부가 발부되면서 삼성이 치외법권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판결”이라며 “사법부가 앞으로 국민들에게 준법과 납세의무를 어떻게 준수하라고 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조금씩 갈렸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정모(30)씨는 “어차피 돈으로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서 기대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법은 대기업에만 관대한 거냐”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이모(46)씨는 “역시 삼성”이라며 “삼성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재판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단체들과 일부 시민들은 적당한 판결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재판부가 적용한 형량은 적당하다”며 “이번 일을 겪은 삼성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모(80)씨는 “삼성 SDS와 에버랜드 건에 대해 무죄로 선고한 것은 적합한 판결”이라며 “어차피 이 전 회장이 건강 때문에 실형도 못 살 텐데 이 정도면 됐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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