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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국과수 부검… 피격거리 등 핵심 규명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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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국과수 부검… 피격거리 등 핵심 규명 실패

입력
2008.07.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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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박왕자(53ㆍ여)씨에 대한 부검 결과에서도 정확한 피격 거리 및 총격간 선후 관계, 총기 숫자 등 핵심 사안이 규명되지 않음에 따라 박씨 사망 경위를 둘러싼 의문점은 미궁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도망치는 박씨를 추격해 맞췄다는 북측의 설명과 달리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서 있는 박씨에게 총격을 가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들이 나와 ‘의도를 가진 사살’일 수 있다는 의혹은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국과수 서중석 법의학 부장은 16일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현장 조사 없이는 정확한 사거리 추정이 불가능하며, 두발의 총격간 선후 관계, 사용된 총기 숫자도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핵심 의혹에 대해 아무런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한 것이다. 국과수는 다만 박씨의 시신이나 옷에서 총탄의 추진제로 쓰이는 무연화학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1~2m 거리에서 피격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국과수가 여러 의혹을 전혀 규명하지 못한 것은 현장 조사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씨의 가슴과 엉덩이 등 두 군데의 총상과 옷의 탄흔만으로는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단정하기 어렵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북측 설명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총탄 흔적이 나와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선 박씨가 입었던 하얀 셔츠와 검정색 치마, 엉덩이의 총상 부위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이는 옷이 몸에 거의 붙은, 가지런하게 입은 상태에서 맞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적어도 엉덩이를 맞았을 당시에는 옷이 휘날릴 정도로 달리는 상황이 아니라, 걸어가거나 정지한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총탄이 정방향으로 관통하면서 갈비뼈를 뚫고 나갈 정도였다는 점도 박씨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피격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서 부장도 “사건 첫날 1㎞ 거리에서 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유효사거리 내에서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조사단도 100m 이내에서 피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엉덩이와 가슴의 총상 각도가 거의 90도 정도 차이가 나는 것도 미스터리다. 총상 두 군데 모두 관통지점이 지면과 평행해 서 있는 상태에서 거의 동시에 맞았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엉덩이의 경우 오른쪽 부위에서 왼쪽 부위로, 가슴은 뒤에서 앞으로 관통 당한 것으로 나왔다. 밀렵감시단의 김철훈 단장은 “총을 맞으면 곧바로 풀썩 주저 앉기 마련인데, 총상 방향이 90도나 차이 나는 것은 너무 이상하다”며 “두 군데서 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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