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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박현주와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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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박현주와 버핏

입력
2008.07.16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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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국 증시가 버블 우려로 폭락하자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우량주식만 사는 가치투자로 ‘오마하의 현인(賢人)’이라는 칭송을 받는 미국의 워런 버핏이 그 직전에 서울을 방문, 중국 주식을 팔고 선진시장에 투자하라고 조언한 것을 반박하는 자리였다.

금융계의 미다스 손, 한국의 버핏으로 불리우는 박 회장은 버핏의 조언을 구형차 포드에, 중국 등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자신의 방식을 일본 도요타의 신형차 렉서스에 비유했다. 중국에서 발을 뺀 버핏과는 정반대로 차이나 투자 비중을 높이겠다는 탈(脫)버핏 마이웨이 선언이었다.

▦미래에셋은 박 회장의 진격 명령에 따라 신흥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지난해 주식형 펀드에 들어온 127조원의 35%를 싹쓸이한 미래에셋은 이 돈을 중국 인도 등 브릭스지역에 쏟아 부었다. 지난해 10월 말 선보인 인사이트 펀드에는 보름 만에 4조원이 몰릴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인사이트 펀드는 해외 증시에 혜안을 가진 박 회장이 찍어 주는 펀드로 알려지면서 ‘족집게 펀드’로 불렸다. 미래에셋의 해외펀드는 고수익을 올리면서 ‘박현주펀드=투자 대박’이라는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박현주 신화는 올들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중국 등에 몰빵 투자한 미래에셋의 해외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가입한 차이나펀드와 인사이트 펀드 수익률은 최근 마이너스 20~30%를 기록 중이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 손실액은 7조원이 넘었다. 3년 간 해외펀드에서 벌어들인 7조원을 수개월 만에 다 까먹었다. 그로서는 가장 큰 시련기를 맞은 셈이다. 그의 위기는 대세 상승장만 경험한 데 따른 리스크 관리 소홀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상승장과 하락장을 모두 경험한 버핏의 노련한 투자 운용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한 달 전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미래에셋의 펀드수익률은 폭락하고 있는데, 장기간 해외에 머무는 것에 대해 도피성 외유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위기는 늘 있어왔다. 장기 투자를 하면 보상을 받게 된다”며 “투자자들이 인내심을 가져 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염량세태(炎凉世態) 같은 비난에 외로움과 실망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금융 수출로 국부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박 회장이 실망한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과 전략을 갖고 귀국했으면 한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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