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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청춘, 18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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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청춘, 18대 1

입력
2008.07.16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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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3초(1시간 30분 33초)간 땀을 폭포수처럼 쏟으며 죽도록 달리던 젊은 예술가들이 다시 뭉쳤다. 땀의 무게는 다를 바 없지만 이번에 종목이 달라졌다. 춤이다.

12일 개막한 연극 <청춘, 18대 1> 은 배우들이 소극장을 끊임없이 달리게 한 신선한 형식으로 주목 받았던 연극 <죽도록 달린다> 의 부부 예술가 서재형(연출), 한아름(극작) 콤비의 신작으로 두산아트센터의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두 번째 작품이다.

연극은 1945년 광복 한 달 전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한다. 징병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간 강대웅(김성표)과 정윤철(이원) 정기철(김선표) 형제는 조선인임을 숨기고 일본 이름을 갖고 살아가지만 도쿄 시청장 암살을 준비하던 김건우(민대식) 윤하민(김은실)과 얽히게 되면서 우연히 독립 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언뜻 우울하고 답답한 독립군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주인공들의 진짜 목표는 독립 운동이 아니다. 그들은 형제를 아끼고 연인을 사랑하는 혈기 어린 청춘일 뿐이다. 독립 운동이라는 두렵고도 원대한 과업은 그들의 사랑과 열정을 증명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실현시켜 주는 도구가 바로 춤이다.

춤을 좋아하는 도쿄 시청장을 댄스 파티에 초대해 댄스홀을 폭파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주인공들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차차와 왈츠를 배운다.

연극은 이들이 춤을 배우는 과정에서 오는 유머 코드와 사랑하는 이를 향한 절절한 감정을 적절히 배합했다. 전작 <죽도록 달린다> 가 다소 형식에 치우친 감이 있었던 것과 달리 비교적 춤이 드라마에 잘 녹아 들었다.

도쿄 시청장 암살 미수 사건을 조사하는 취조관의 시선을 따라 한 무대에 두 개의 시공간을 묘사한 점이나 그의 대사를 일본어로 처리한 것, 아코디언과 클래식 기타 등 다양한 악기를 활용한 라이브 음악은 원세트의 소극장 연극을 한층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었다.

물론 새로운 형식을 추구하다 보니 어색한 부분도 있다. 극 초반 죽은 것으로 처리된 김건우가 자전거 벨소리를 울리며 등장해 쏟아내는 대사들은 작품의 주제를 담고 있음에도 극의 흐름을 깨고 의도치 않은 웃음을 자아냈다.

또 감성적 드라마를 강조하겠다는 작가의 의도대로 객석은 울음바다가 됐지만 극 후반부 죽음을 앞둔 주인공들이 각자의 사연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부분은 속도감 있게 전개된 전반부와 달리 신파의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이제 막 세상에 모습을 보인 청춘 같은 작품이기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과감히 새로운 연극에 도전한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무대다. 공연은 8월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02)708-5001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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