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고 박왕자(53ㆍ여)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박씨를 피격한 거리 등 발포를 둘러싼 핵심 사항을 규명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 관계자는 15일 부검을 마무리한 뒤 "사거리, 박씨를 피격한 총기의 숫자, 탄환의 발사 간격 등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박씨가 등과 대퇴부 중 어느 쪽에 먼저 맞았는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 관계자는 다만 "두 발 모두 박씨가 살아 있을 때 맞은 것"이라며 박씨가 한 발을 맞고 숨진 뒤 다시 한 발을 맞았을지 모른다는 이른바 '확인사살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국과수 부검에서 박씨의 사망 경위에 대한 단서를 밝혀내지 못함에 따라 피격 사건을 둘러싼 주요 의문점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의문점인 박씨를 피격한 탄환 두 발의 정체를 규명하지 못함에 따라 다수의 목격자들이 제기한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박씨를 사살했다"는 의혹은 '의혹'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탄환 두 발이 서로 다른 총에서 나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최소 2명 이상의 북한 병사가 사살 의도를 갖고 사격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이인복(23ㆍ경북대 2년)씨도 "피격 직후 숲속에서 군인 3명이 나와 박씨를 발로 건드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탄환의 출처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우발적이고 단순한 사고"라는 북한측 주장을 반박할 수 없다.
목격자 증언대로 총성 두 발의 간격이 과연 10초였느냐 하는 점도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북한측은 당초 탄환 두 발이 거의 동시에 잇따라 발사됐으며, 박씨가 등이 피격된 뒤 대퇴부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탄환이 10초 간격으로 발사됐다면, 박씨가 대퇴부를 먼저 맞고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추가로 등에 총격을 받아 사망했을 가능성은 크다. 간 등 주요 장기가 파열되는 치명상을 입고도 10초 가량 서 있다가 대퇴부에 총상을 입을 수는 없다는 게 법의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대퇴부를 먼저 피격된 게 사실이라면, 이 역시 북한군이 살해 의도를 갖고 사격했다는 방증이 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사고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가 가동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만큼 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북한이 의도적으로 이번 사건을 벌였을 것이라는 의혹은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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