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연기다. 공개적인 속임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술이 공개적인 속임수란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속고 속이는 신비함에 환호성을 지른다.
마술이 그 신비함을 잃었을 때는 생명력은 사라진다. 그것이 더욱 기술적 연기라고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그때부터 마술일 까닭이 없다.
최근 한 마술사가 방송을 통해 마술비법을 공개하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일반인이 알면 좋을 듯한 범주를 넘어 마술사들조차 공유하기 어려운 비법까지 공개하고 있다. 급기야 마술사들이 모인 단체에서 그를 제명하는 조치까지 거론하고 있다.
마술사들이 화가 단단히 난 까닭은 분명하다. 그 신비한 비법이 공개되면서 마술사들이 한낱 사기꾼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프로레슬링의 인기가 활화산처럼 타올랐던 때가 있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앉자 흑백 화면을 뚫어지라 쳐다보곤 했다. 그러나 레슬링계의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그 비결이 공개되면서 인기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현재 마술사나 프로레슬링 선수들이 느끼는 위기의 정도를 많은 기업인들도 느끼고 있다. 바로 기술이 공개되는 사고가 빈발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한 벤처기업이 자사의 주요 기술이 유출되면서 큰 곤경에 처했다. 한솥밥을 먹던 직원이 돈의 유혹에 빠져 기술을 빼돌린 것이다. 그것도 국경 넘어 있는 경쟁 기업에 팔아버렸다.
숱한 고역과 투자를 감내하면서 개발한 기술이 한낱 깨진 그릇에도 담지 못할 정도의 가치로 전락해 버렸으니 해당 기업으로서는 참으로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필자 역시 기업을 경영하는 한 사람으로써 공감하는 바가 크다.
누구나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비법을 공개함으로써 신비감을 조성해 마술의 가치를 높이거나 호기심을 자극시켜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리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마술사와 프로레슬러의 밥그릇까지 위협할 정도의 핵심 비법까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존재를 위협하는 기술공개는 막아야 할 일이다. 신비함이 유지되는 기술은 바로 그 기업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백종진 벤처산업협회장ㆍ 한글과컴퓨터 경영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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