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꾸 독도 문제를 논란거리로 만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독도를 실제 영유하기 위해서는 전쟁 말고는 국제사법재판소 판결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교과서 도발도 일본은 독도를 국제분쟁화해 재판소로 가져간 뒤 승소를 이끌어내려는 의도”(김신 경희대 교수)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국제분쟁의 법적 해결을 꾀하는 유엔 산하 기구다. 임기 9년의 재판관 15명이 당사국의 준비서면과 구두 변론으로 이뤄진 재판을 진행한 뒤 판결한다. 실제로 1979년 이래 지속됐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사이 페드라 브랑카 섬 영유권 분쟁이 5월 국제사법재판소 판결로 결정이 난 적이 있다.
그러나 한 쪽이 일방적으로 제소한다고 해서 재판이 성립되지 않는다. 당사국이 모두 동의할 경우에만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독도 문제를 재판소 판결로 해결하자는 일본의 입장은 실질적 효력이 없다.
물론 5월 판결에서도 원래 페드라 브랑카 섬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싱가포르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했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불리할 게 없다. 하지만 정부는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확실한 우리 영토인데 굳이 일본 의도에 휘말릴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외교통상부 주변에서는 굳이 사안을 시끄럽게 만들지 말고 국제사회 여론전과 실효적 지배 강화 조치 등의 낮은 수준(low-key) 대응으로 충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은 한국의 독도만 지분거리는 게 아니다. 러시아 중국 대만과도 각종 도서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동북아시아 영유권 분쟁의 말썽꾸러기 국가라는 평가가 많다.일본은 우선 중국 대만과는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尖閣)열도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1895년 중일전쟁 승리 후 댜오위다오를 점유하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미국이 일본에 돌려준 뒤 해역에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배치해 중국 대만 선박의 접근을 막는 등 방어에 나서고 있다.
반대로 러시아의 쿠릴열도(일본명 북방 4개도)에 대해서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뒤 이 섬들을 차지했지만 2차 대전 이후 40년 만에 소련이 이를 되찾아간 뒤 자신들의 영토라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2006년에는 러시아 경비정의 총격으로 일본 어부가 1명 사망하기도 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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