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CJ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범(凡) 현대가의 증권시장 혈투가 본격 막을 올렸다. 그 동안 시시때때로 펼쳐졌던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현대증권), 현대차그룹(HMC투자증권)의 전선이 증권업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싸움터가 증권업의 메카 서울 여의도가 아닌 울산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울산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가 뿌리를 둔 곳으로 현대가의 본산이자 전략적 요충지이다. 지역 평균 국내총생산(GDP)가 4만 달러를 넘어 시장으로서 발전 가능성 또한 크다.
울산은 그 동안 현대증권의 독무대였다. 울산에 있는 증권사 지점 38개 중 현대증권이 10곳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HMC투자증권과 CJ투자증권이 현지에 공장을 갖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호시탐탐 중이다.
HMC투자증권은 지난 4일 남구 삼산동, 북구 신천동, 상안동 등 3곳에 지점을 열면서 ‘울산정벌’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HMC의 전국 21개 지점ㆍ영업장을 보유 중인데, 단일 도시로는 울산이 서울(6곳) 다음으로 많다. 지점이 문을 여는 날 박정인 회장, 제갈걸 사장은 물론 윤여철 현대자동차 사장 등 그룹 수뇌부가 대거 등장해 세를 과시했다.
CJ투자증권 역시 울산을 새 타깃으로 삼고 있다. 울산은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고 그 동안 지점이 1개 뿐이어서 개척할 영역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CJ투자증권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만큼 울산에 추가로 지점을 여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 주자들이 강하게 압박하지만 현대증권 측은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울산이 현대차 공장과 현대 중공업 본사가 있다는 점에서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면서도 “인력ㆍ상품·서비스 면에서 (우리가) 앞서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준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HMC투자증권과 CJ투자증권이 지점을 열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전폭적으로 민다면 당장은 아니지만 몇 년 안에 울산의 상황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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