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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그리운 얼굴, 초개 김영태 선생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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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그리운 얼굴, 초개 김영태 선생 1주기

입력
2008.07.16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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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평론가 김영태 선생 1주기 추모공연 ‘나의 뮤즈들’(7월 12일, 아르코예술극장)에 다녀왔다. 초개 김영태 선생은 스스로 눌인(訥人)이라 칭했을 만큼 조용히 세상을 살다 가신 분이다. 그러나 미술대학 출신의 화가요, 시인, 서예가로도 활동하셨고 음악에도 높은 식견을 지닌 전방위 예술인이었다.

그의 시는 천상병을 연상시킬 만큼 순수하고 너그러우며 격의 없는 영혼을 담고 있는데,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전혀 젠 체하는 것이 아니라 김영태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것을 확신할 것이다.

번지르르한 글과 달리 그 실체는 딴판인 사람들이 즐비한 이 세상에서 말이다. 글씨와 캐리커처도 마찬가지다. 결코 예쁘게 다듬어진 모양새는 아닌데도 단번에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힘이 있다.

선생께서 가장 많은 교우관계를 맺은 분야는 무용계였다. 발레와 현대무용, 전통무용에 관계없이 광범위한 의미의 춤을 사랑했고 시와 그림도 무용에 관계된 것이 많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무용 공연이 있는 날이면 빠짐없이 와 앉던 지정석, 가구역 L열 11번도 무용계에서 전설적인 얘기다.

관객으로 출발한 그의 무용 평론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되 예리한 비판을 앞세우기보다는 안무가의 고뇌의 흔적을 보듬고 무용수가 흘렸을 땀을 칭송하는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시인답게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서 평론답지 않다는 시각도 없지 않았던 것 같으나 얼마나 몰두해서 공연을 보았는지 오래 전에 본 무대까지 정확하게 기억해내어 인용한 글들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께서는 공연기획을 하는 장승헌 MCT 대표에게 단 한 번의 추모공연을 유언처럼 부탁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 부탁은 1주기를 맞아 그가 뮤즈라 불렀던 무용가들에 의해 실현되었다. 공연을 보러 온 수많은 무용계 인사들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선생을 그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그 영혼은 지정석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듯 싶었다.

선생이 그저 촌철살인의 천재적인 평론가일 뿐이었다면 이런 분위기는 결코 연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춤은 비평의 대상이기에 앞서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이었기에 항상 너그럽게 바라보았고, 그걸 아는 무용인들은 진심으로 그를 추모한 것이다.

유언대로 추모 공연은 이번 한번이면 족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추모사업회가 결성되었고 김영태 뮤즈상도 제정될 것이라 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아름답게 살다 간 그의 자취는 이렇게 선생의 사랑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남겨지게 되었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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