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 제139회 수상작으로 중국 톈안먼(天安門)사건을 다룬 중국인 여성작가 양이(楊逸ㆍ44)의 소설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이 15일 선정됐다. '라쇼몽(羅生門)'의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기려 1935년 분게이??주(文藝春秋)사가 제정한 이 상을 중국인이 받기는 처음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양씨는 중국 하얼빈 출신으로 23세에 일본에 유학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본어를 배운 뒤 도쿄(東京)의 국립여대인 오차노미즈대학을 졸업했다. 중국어 강사로 일하면서 지난해 처음 일본어로 낸 소설로 문학계 신인상을 받고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으며 두번째 작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분게이??주사에서 출간된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은 중국과 일본을 무대로 80년대 후반 톈안먼 사건 당시 민주화의 이상을 내걸고 학생운동에 참가한 중국인 대학생이 이상과 현실의 틈새에서 고민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중편 소설이다. 양씨는 수상 통보를 받고 "일본어가 아직도 능숙하지 않다고 생각해 자신이 없었는데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시대가 '일본문학'에서 '일본어문학'으로 바뀌는 전환점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일본문학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일대 사건"이라며 양씨의 수상을 높이 평가했다.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외국인으로는 이회성(72년) 이양지(89년) 유미리(97년) 현월(2000년) 등 4명의 재일 한국인이 있지만 이들은 어릴 적부터 일본어에 친숙한 작가들이어서 20대에 처음 일본어를 접한 양씨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함께 발표된 나오키(直木)상 수상작에는 이노우에 아레노(井上荒野ㆍ47)씨의 '채굴장으로'(신초사 발행)가 선정됐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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