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고유가에 따른 지속적인 고물가 추세가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지면서 ‘물가-임금 악순환’ 현상이 현실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실질소득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근로자들은 임금인상 요구수준을 더욱 높이게 되고 이것이 인건비에 반영돼 다시 물가를 부추기는 나선형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정부는 상반기까지의 노사 임금교섭 결과를 볼 때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하지만, 최근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압박 수위를 부쩍 강화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물가상승률은 4.3%였으나 하반기엔 5.2%로 높아지고 연간으로는 4.8%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물가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한은이 비공개로 관리해온 기대 인플레이션 지수가 지난해까지 3%를 밑돌다가 올 1분기 3.3%로 뛰었고 2분기엔 4%를 넘은 점이다.
앞으로 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 근로자의 임금요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최근 “인플레 기대심리가 임금상승 압력으로 발전하는 2차 효과가 염려된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다행스럽게도 노동부가 조사한 100인 이상 사업장 6,000여 곳의 상반기 임금인상률은 5%대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어렵고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해 노사가 인식을 공유한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업체가 주축인 금속노조는 최근 물가상승을 이유로 기본급 대비 8.9% 인상을 요구했고, 조선업계 노사는 7% 안팎의 인상안을 놓고 씨름 중이다. 이들 선도업체의 협상결과가 중요한 것은 다른 사업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을 더 받겠다는 근로자의 주장을 탓할 수는 없다. 그 책임은 물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에 온전히 돌아가야 할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초 고유가가 고물가의 원인인 상황에서는 임금과 물가가 서로 맞물리며 상승하는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민생이 개선되는 것도 없이 경제 주름살만 깊어지는 까닭이다. 정부의 치밀한 물가 관리를 토대로 노사가 공존의 해법을 찾을 때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