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다르푸르 인종청소와 관련,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은 학살 등 혐의로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에 대해 14일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이 발부되면 바시르 대통령은 대량학살 범죄로 ICC에 기소되는 첫번째 현직 국가 지도자가 된다. 하지만 바시르 지지자들이 반발하고 있어 다르푸르 사태가 악화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의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수석검사가 인종청소와 부녀자 강간 등 반인도 범죄 혐의로 바시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고 APㆍAFPㆍCNN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오캄포 검사는 이번 조치가 “다르푸르 지역에서 쫓겨났으면서도 여전히 친정부 민병조직인 잔자위드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250만명의 민간인들을 구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단 외무부는 “바시르 대통령은 물론 어떤 수단 시민에 대한 ICC의 기소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수단 집권당 대표는 “ICC의 기소추진이 다르푸르 폭력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바시르 대통령은 이날 수단의 경제중심 도시 카르툼을 방문해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2,000여 청중 앞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일부 청중들은 “미국 타도” 등 반미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되더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바시르 대통령이 헤이그 법정에 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인권 구호단체들은 바시르 지지자들의 폭력을 부추길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카르툼 소재 외국 대사관들은 즉시 직원들에게 외출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오캄포 수석감사는 “수단 정부의 어떤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나치 전범 처리 때처럼 국제사회가 협력해 강력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바시르 체포영장 신청이 다르푸르 평화유지 활동에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여 매우 우려되지만, 누구도 정의를 피해갈수는 없다”고 말해 오캄포 수석검사에 힘을 실어줬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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