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 한 줄기가 마을 한복판에까지 뻗어 들어와 볼록 솟아 있었는데, 그곳은 우리들에게 운동장이나 다름없었다. 30여 호 되는 집마다 아이가 서넛은 있었고, 학원 같은 것이 없던 그 시절, 그곳은 우리들의 방과 후 학교 노릇을 했다. 우리들의 뜀박질에 나무고 풀이고 제대로 자라지 못해 그곳은 1년 열두 달 맨둥맨둥했다.
야구, 축구, 땅콩, 총싸움, 칼싸움, 숨바꼭질, 씨름…. 우리들이 했던 무수한 놀이들이 생각난다. (그곳에서 아옹다옹했던 나의 불알친구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들 있을까?) 그곳이 지금은 사시사철 우거져있다. 마을엔 여전히 30여 호가 넘는 집이 있으나, 대부분 노인들끼리만 살고, 폐가로 치닫는 빈집도 많다. 그곳에서 놀아줄 어린이가 없는 것이다. 몇 있는 어린이도 그곳에서 놀지 않는다.
도시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학원을 다니고, 컴퓨터와 티브이랑 놀기를 더 좋아한다. 인근 야산에까지 진출한 멧돼지들이 마을 한복판 숲을 점령할 날도 멀지않은 듯하다. 그곳의 변화가 어쩐지 서운하다. 내 과거 한 움큼을 빼앗긴 듯.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에 생뚱하고 이국적인 모습으로 바뀐 그 숱한 시골풍경들을 생각하니, 기쁘다. 우리들의 옛 놀이터는 사람에게 해방되어 본래 자연으로 돌아갔으니까.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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