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광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거듭 남북대화를 제안하는 것이 과연 시의적절한 판단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북대화 제안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타이밍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쇠고기 파동 때처럼 이번에도 정무적 판단을 잘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국회 개원 연설 직전 사건을 보고 받고도 연설문에 대한 아무런 수정 없이 전면적 남북대화 재개를 촉구한 것은 국민감정에 어긋난다는 시각이 있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저항 능력이 없는 여성 관광객이 피살되는 매우 엄중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남북대화를 제의한 것은 국민정서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14일 이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뒷받침하려는 듯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남북정치회담을 제안했다.
물론 큰 방향에서 남북대화를 제안하고 화해무드로 가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큰 틀에서 남북 관계를 가져가고 대화를 진행하겠다는 대승적 결단이 담겨 있는 것”이라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배경 설명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시점이 잘못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대화 제의는 한 템포 늦출 필요가 있었다.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은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총격이라는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만큼 이 대통령이 대화 제의를 보류했어야 했다. 8ㆍ15도 있고 얼마든지 기회는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 대통령이 적절한 시스템의 보좌를 못 받은 것 같다”고도 했다. 참모진들의 상황 판단 잘못이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도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인데 (개원 연설에서)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것에 대해 국민 감정이 용납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연설에서 사건을 언급하고 유감을 표명한 뒤 큰 원칙 차원에서 대화 제안을 하든가, 아니면 차후로 미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북한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잔꾀”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폄하하는 것에서 보듯 실효도 거두지 못했다. 아울러 정권 초에는 대북 상호주의를 엄격하게 강조하더니 정작 강하게 나가야 할 때는 그러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대북 정책을 화해ㆍ협력 쪽으로 수정하려는 중요한 일을 하면서 여러 변수를 심사숙고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대북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만큼 국민여론도 파악해가며 정교한 상황관리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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